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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PK 3국지' 개막… PK 민심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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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PK 3국지' 개막… PK 민심은 어디로

입력
2012.05.3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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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대표 경선이 진행되는 가운데 야권 대선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지사의 신경전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30일 강연 정치를 재개하면서 범야권의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고 있다.

세 사람은 부산ㆍ경남(PK)지역을 주요 기반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야권 대선 레이스의 초반전은 'PK 삼국지'를 연상케 한다. 안 원장(부산) 문 고문(경남 거제) 김 지사(경남 남해) 등이 공교롭게도 모두 PK출신이다. 야권에서는 2002년 경남 김해가 고향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PK지역을 기반으로 대선에서 승리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세 사람을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수도권 출신의 손학규 상임고문, 호남 출신인 정동영 정세균 상임고문 등과 함께 야권의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하게 된다. PK민심은 세 사람 중 누구를 지역 대표로 선택할지 주목된다.

안철수, 복지·정의·평화… '국정 청사진' 밝혀

30일 부산대 강연서 "지지자 본뜻 파악해 결정 내리겠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30일 고향인 부산에서 '강연 정치'를 재개하면서 대선 출마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안 원장은 이날 강연에서"저를 지지하는 분들의 본뜻을 파악해 결정을 내리게 되면 분명하게 말씀 드리겠다"며 대선 출마를 위한 고민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했다. "사회 발전에 긍정적 도구가 된다면, 정치도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던 지난 3월 서울대 강연보다 한발 더 진전된 발언이다.

안 원장의 이날 강연도 대선 출마 선언에 앞서 한국 사회의 미래 청사진과 국정 철학을 밝히는 자리로 해석됐다. 그는 "행복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다시 꿈꿀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면서 "이를 위해 우리 세대에게 주어진 과제는 복지, 정의, 평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지난 50년 동안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냈지만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이고, 출산율은 최하위 수준"이라며

복지 등의 3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통과 합의 필요성, 정치와 정부의 역할 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는 양극화, 계층간 이동 단절,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 등 심각한 문제가 산적해 있다"며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낡은 방식으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치권을 보면) 아직 국회 원 구성도 안됐고, 벌써 서로 날이 가득 서 있다"며 "여야가 유력 정치인을 두고 한쪽에선 십 년째 어떤 분의 자제라고 공격하고, 한쪽에서는 지난 10년을 싸잡아 좌파 세력이라고 공격한다"며 현 정치권의 구태 정치도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여전히 정치가 과거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구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낡은 체제로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안 원장은 다만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신뢰성과 지도력이 뛰어나다"고 말했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에 대해서는 "국정경험이 많고 인품이 훌륭한 분"이라고 평했다. 안 원장은 문 고문이 제안한 '공동 정부론'에 대해서는 "그 분이 저를 거론했다기 보다 분열이 아닌 화합의 정치가 필요하다는 좋은 철학을 보여준 게 아닌가"라고 말하면서 즉답을 피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안 원장이 이날 큰 틀의 국정운영 청사진을 제시한 것은 사실상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힌 셈"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이 대선 출마를 본격 선언하지 않고 우선 비전과 가치의 깃발을 먼저 올린 것은 자신이 기성 정치권 바깥의 제3지대 주자라는 점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안 원장은 6월8일 서울대 강의를 마친 뒤 정치적 보폭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6월 말쯤에는 책 출간도 계획하고 있다. 안 원장의 대선 출격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 "안철수와 단일화 땐 박근혜 이겨"

의원 첫날 호남 찾아… 30일 외곽조직 '담쟁이포럼' 발기인 모임 가져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19대 국회의원 임기 첫날인 30일 호남 지역을 방문하는 일정으로 정치인의 첫발을 뗐다. 이날 문 고문을 지지하는 외곽조직이 출범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이를 두고 문 고문의 대선 행보가 본격화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문 고문은 이날 권양숙 여사 및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과 함께 여수 엑스포장를 관람했다. 문 고문 측은 "노무현 전 대통령 3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던 박준영 전남지사의 초청에 따른 방문"이라고 설명했다.

문 고문은 엑스포 관람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원장이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면 그 시너지와 역동적인 힘에 의해 박근혜 전 새누리당 위원장의 지지도를 넘어설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 전 위원장의 지지율과 관련해 "사실상 새누리당 대권 후보로 굳어진 가운데 당까지 이끌어 왔기 때문에 절정에 달했다"며 "여론조사 결과로 邱炷瞿舟?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이날 문 고문의 호남 나들이를 두고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문 고문의 측근은 "굳이 의미를 두자면 노 전 대통령이 여수를 직접 방문해 실사단에게 만찬을 제공하는 등 공을 들인 끝에 엑스포를 유치한 인연을 들 수 있다"며 "해양강국과 물류대국을 향한 노 전 대통령의 정책 의지를 계승하겠다는 뜻도 담겼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문 고문을 지지하는 각계 인사들은 서울 여의도에서 '담쟁이포럼'이라는 정책 연구단체 발기인 모임을 가졌다. 포럼 관계자들은 "문 고문과 무관한 연구단체"라고 밝혔지만 문 고문의 대선 행보를 위한 싱크탱크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포럼 대표는 김영삼 정부에서 통일부총리를 지낸 한완상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맡기로 했다. 연구위원장에는 이정우 경북대 교수, 운영위원에는 강기석 전 경향신문 편집국장, 김경협 이상민 홍익표 의원, 서훈 전 국정원 차장, 유시춘 전 국가인권위 상임위원, 천경득 변호사 등이 선임됐다.

이 밖에 김태년 민홍철 박범계 서영교 장병완 전해철 홍영표 의원, 김만복 전 국정원장, 김만수 부천시장, 윤광웅 전 국방부장관,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등 친노그룹 인사나 노무현정부 출신 관료들이 대거 참여했다. 문 고문 측은 "문 고문을 좋아하는 분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일종의 외곽 조직"이라며 "문 고문은 포럼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두관, 12일 출판기념회가 출정식 될 듯

최근 여의도에 사무실, 사실상 캠프 가동… '정중동' 물밑 행보

부산·경남지역(PK)의 또 다른 대선주자로 꼽히는 김두관 경남지사는 일단 정중동의 자세다. 한창 진행 중인 민주당 경선에 대해서도 표면적으로는 중립을 강조하고 있고, 대선 출마와 관련해서도 현직 지사 신분임을 감안해 뚜렷한 언급을 한 적은 없다.

이 때문에 당 대표 경선에 나선 이해찬 후보가 이날 "김한길 후보와 김 지사와의 연대는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하자 김 지사 측에서 "중립이란 입장을 강조해왔는데 무슨 소리냐"고 펄쩍 뛴 것도 이 같은 김 지사의 조심스런 정치적 스탠스와 연결돼 있다.

아직은 대선 행보의 본격 신호탄을 쏘아 올리진 않았지만 최근 여의도에 사무실을 내면서 사실상의 대선 캠프를 차리는 등 물밑에서는 대선을 향한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김 지사는 이장에서 출발해 군수와 장관, 도지사에 오른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경우 이 같은 그의 드라마틱한 인생 여정을 무기로 활용할 태세다.

이와 관련 그는 내달 9일 출간하는 저서 에서 "한국의 룰라(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가 되겠다"고 밝혔다.

선반용접공에서 노동운동가를 거쳐 대통령에 오른 룰라 전 대통령을 모델 삼아 '이장에서 대통령까지'라는 슬로건으로 국민에게 다가서겠다는 취지다.

김 지사의 한 측근은 "룰라 전 대통령은 초등학교 졸업장도 못 받았지만 대통령에 당선됐고 이후에도 기득권층을 적으로 돌리지 않는 엄청난 정치력을 보여줬다"며 "김 지사도 앞으로 단순히 노무현 정신 계승에 그치지 않고 이를 넘어서는 메시지를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김 지사의 다소 느리면서도 쉼 없는 대선 행보를 보면서 같은 뿌리인 친노 진영 인사들도 하나 둘 모여들고 있다. 대체로 친노 직계 인사들이 민주당 문재인 고문 쪽에 집결돼 있다면 참여정부에서 활약한 또 다른 친노 인사들은 김 지사를 향해 모여들고 있다.

이런 와중에 다음달 12일 경남 창원에서 열릴 김 지사의 출판기념회는 사실상 대선 출정식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김 지사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선 출마와 관련한 진전된 구상을 밝힐 것으로 알려져 정가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 측근은 "현역 지사란 점에서 PK지역의 정치적 지분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면서 "다만 지지율이 경쟁자들에 비해 다소 뒤처져 있지만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서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부산=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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