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에 없었던 의원인데.."
재계에서 검색어 순위를 매긴다면 30일은 원혜영 민주통합당 의원이 1위에 올랐을 듯하다. 원 의원은 이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발의했는데, 대기업 총수 등 경제사범의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총수 리스크'에 취약한 국내 기업들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법안인 셈. A그룹 임원은 "19대 국회는 경계 대상 의원이 생각보다 훨씬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30일 정식 개원한 19대 국회에선 아무래도 '경제민주화'가 최대 의제가 될 전망. 실제로 국회가 열린 첫 날부터 '친노동 반재벌'성향의 법안이 대거 쏟아졌다.
그러다 보니 재계의 국회담당 라인은 지금 비상상태다. 초선의원들이 대거 늘어난데다, 아무래도 전반적 성향도 강성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각 그룹마다 '경계대상의원' '관리대상의원'을 선별, 인맥을 총동원하고 있다. 한 재계단체 관계자는 "노동계 출신 등 15명 정도 관심 의원 리스트를 만들어 동향을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와 각 그룹이 거론하는 의원들을 종합해보면 우선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첫손에 꼽혔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당의 분위기나 개인적인 성향을 따져도 모두'특A'급으로 분류된다"며 "지금 시끄러운 쪽은 구당권파(NL계)이지만 기업입장에선 통일쪽에 관심이 큰 NL계보다는 PD계의 비당권파 의원들이 더 버겁다"고 말했다.
심상정ㆍ노회찬 의원이 그 대표적인 경우. 17대 국회에서 재벌 저격수로 워낙 맹활약했던 탓에, 재계는 두 의원의 귀환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에선 은수미 의원을 가장 경계하는 분위기다. 노동전문가이자 친노동성향이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대우차 노동자대표 출신의 홍영표 의원을 비롯해 김영주 김동철 김경협 의원 등 한국노총 출신들도 관심대상이다. 진보성향의 경제학자 출신인 홍종학 의원도 재계가 부담스러워하는 '반재벌론자'다. 또 17대 국회에서 비정규직법 통과를 주도한 이목희 의원이나 386출신 우원식 정청래 의원 등도 상대적으로 강성으로 분류된다.
개별업계나 그룹별로도 '천적'으로 분류되는 의원이 있다. 예컨대 유통업계에서는 18대 국회 지식경제위에서 활동하며 영업규제에 앞장섰던 김영환 조경태 노영민 의원 등을 주목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심상정ㆍ노회찬 의원 외에 민주당 중진이 된 박영선 의원도 부담스러운 존재. 특히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단 김기식 의원은 과거 참여연대 시절,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문제를 놓고 자주 대립한 악연이 있어 원내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 주목된다.
SK그룹은 18대 국회 때 지주회사문제를 놓고 계속 발목을 잡은 박영선 의원이 여전히 부담스럽다. 포스코는 정준양 회장의 선임과 관련된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이석현 의원과 불편한 관계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5단체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제19대 국회의원 당선 축하리셉션'을 열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확충에 노력하는 등 경제 살리기에 힘써 달라"고 요청했다. 국회 개원 첫날 재계가 국회의원들을 축하잔치를 연 건 매우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19대 국회를 부담스러워한다는 방증이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