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전용극장‘인디스페이스’(서울 종로구 신문로)가 29일 재개관했다. 2009년 12월 재정 문제로 휴관한지 2년 6개월 여 만에 다시 문을 연 것이다. 인디스페이스 안정숙(60) 관장은 30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꿈만 같다”고 했다.
재개관을 대하는 그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인디스페이스가 겪은 성공과 실패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고, 기어코 새롭게 출발하게 한 주역 중 한 명인 까닭에서다. 영화전문잡지 편집장 출신인 안씨와 인디스페이스와의 인연은 그가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위원장으로 있던 2007년에 시작됐다.
“당시 영화계의 시급한 과제가 독립영화를 살리는 일이었어요. 그 때 떠올린 게 독립영화 전용관이었습니다. 영진위가 지원하고 영화인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으로 합심해 만든 공간이 바로 인디스페이스였죠.”
상업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창작자의 의도를 십분 반영해 제작한 소규모 독립영화들이 안정적으로 관객을 만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출발한 전용관은 곧 자리를 잡았다. “인디스페이스는 독립영화의 역사를 새로 쓰기 시작했어요. 2009년 개봉해 295만 관객을 모은 ‘워낭소리’ 돌풍의 시발점도 이 곳이었으니까요.”
하지만 2009년 12월 예기치 않은 위기가 닥쳤다. 정부가 조건 없이 지원했던 방식을 바꿔 새로운 사업자를 공모하기로 한 것이다. 영화인들이 반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휴관을 결정했다. 연 4억 원이 넘는 지원금이 끊기면서 관람료만으론 한달 임대료 1,500만원 등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안씨는 “휴관이 오히려 계기가 됐다”고 회상했다. “영화인들이 정부 간섭을 받지 않는 완전히 독립적인 운영공간을 생각하게 된 겁니다.”
뜻이 맞는 영화인들이 모여 휴관 8개월여 만인 지난해 7월 ‘독립 자존’을 모토로 독립영화전용관 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위원장, 김동원 감독 등 영화인 230여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시민들도 힘을 보탰다. 한 자리에 200만원이 할당된 후원 좌석 110석이 6개월 만에 마감됐다. 100명의 시민들이 2만원씩 낸 십시일반 후원이 인디스페이스 재개관에 주춧돌이 된 것이다. 좌석엔 후원자의 이름이 일일이 새겨져 있다.
안씨는 “독립 영화가 소수의 관객과 만나 교감을 시작하는데 필요한 공간이 확보된 것만도 절반의 성공”이라고 활짝 웃었다.
인디스페이스는 6월 한달 동안 ‘2012년 상반기 독립영화 10선’ 등 재개관을 기념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들과 만나게 된다.
글ㆍ사진=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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