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민주통합당 비대위원장이 다음 대통령이 됐다고 가상하자. 또 대통령에게 반감을 가진 현역 장교가 트위터에서 "박지원 이 XX, 나라를 팔아먹으려고 발악하는구나" 따위로 쌍욕 섞인 비방을 거듭했다고 하자. 그 때 군검찰이 황당한 장교를 군형법의 상관모욕죄로 기소하면, 집권 민주당은 뭐라고 논평할까.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무리한 기소이고, 권위주의 체제로 가는 신호탄"이라고 할까. 물론 그럴 리 없다.
■ 만약 야당 새누리당이 그런 논평을 내면 어떨까. 민주당은 아마도 "현역 장교가 군통수권자를 모욕한 행위를 '표현의 자유' 운운하며 비호하는 것은 군과 국가의 기강을 흔드는 짓"이라고 개탄할 법하다. 또 그 말이 옳다. 아무리 여야가 정치싸움에 사생결단하더라도, 군을 지휘 통솔하는 최고사령관인 문민 대통령의 권위를 군이 집단으로든 개인으로든 넘보는 것은 막아야 한다. 그게 헌법 이념과 체제를 올바로 받들고 지키는 지혜일 것이다.
■ 트위터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가카 이 XX' '이명박 개XX'라고 마구잡이로 욕한 육군 대위는 제재해야 마땅하다. 대통령이 이명박이 아니라 노무현, 김대중이라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유린했다면 또 모를까, 일반인과 달리 엄격한 명령복종체계를 지킬 것을 선서한 군장교가 최고 명령권자에게 공개적으로 쌍욕을 일삼은 행위는 처벌하는 게 건전한 상식이나 통념과도 어울린다.
■ 대통령이 '상관'이냐는 반론이 있는 모양이다. 군인복무규율은 통수권자부터 상관으로 규정한다. 군인의 필수 암기사항, 직속상관 관등성명도 대통령으로 시작해 국방부장관 참모총장… 중대장 소대장으로 이어진다. 그 밖에 '정치적 비판'이라거나 '군인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는 항변은 길게 논란할 가치가 없다. 대통령이 싫다고 어설픈 장외 변론에 가담하는 것은 물색 없다. 심리상태가 온전치 않은 듯한 무모한 일탈의 이런저런 정상(情狀)을 법원이 어찌 살필지나 조용히 지켜 볼 일이다.
강병태 논설고문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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