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환경운동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1982년 5월 최열(63) 환경재단 대표가 서울 혜화동 로터리에 민간 환경단체 한국공해문제연구소를 연 게 시작이었다. 국내엔 ‘환경운동’이란 용어조차 없던 시절 일이다.
30일 환경재단과 환경운동연합 주최로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환경운동 3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 참가한 최 대표는 “감회가 새롭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 땐 공해추방운동을 하겠다고 하면 ‘공해라도 배불리 먹었으면 좋겠다’는 대답이 돌아올 정도로 환경운동에 대한 시민의식이 전무했어요. 지금은 이념과 소득에 관계없이 환경의 중요성에 모두가 공감한다는 게 30년 환경운동의 가장 큰 성과입니다.”
최 대표는 일회용품 안 쓰기 운동, 쓰레기 종량제, 자동차 요일별 운행제 등을 정착시켰다. ‘환경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이유다. 환경운동에 앞장 선 뒤로 자가용을 가져 본 적도, 샴푸나 린스를 쓴 적도 없다. 본인 젓가락을 늘 가지고 다니고 ‘골프를 치지 않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도 지키고 있다. 95년엔 환경 분야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골드만환경상을 받았다. 한국 환경운동의 살아있는 역사라 할 만하지만 환경운동을 향한 그의 열정은 전혀 식지 않았다. 그는 심포지엄에 앞서 “아시아 지역의 환경운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상하고 있다”는 또 다른 포부를 밝혔다. 다른 나라 환경 전문가들과의 환경 연대를 본격화하겠다는 의미로 읽혔다.
31일까지 이어질 심포지엄엔 구도완 환경사회연구소 소장,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이 각각 ‘환경운동 30년사’와 ‘환경운동 앞으로의 과제’를 주제 발표하며 우리나라 환경운동의 역사를 돌아보고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제시했다.
구 소장은 ‘동강댐 반대운동’, ‘새만금사업 반대운동’, ‘반핵·탈핵 운동’, ‘4대강사업 반대운동’ 등을 언급하면서 “국내 환경운동의 큰 흐름이 반공해운동에서 생명평화운동으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운동이 단순한 문제제기에서 의제를 설정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안 소장은 “국내 환경운동은 미래에 다가올 사회·경제적 전환에 대비하면서 환경운동가들의 정치세력화에도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250여명이 참석한 첫 날 심포지엄엔 한국공해문제연구소 초대 이사장이었던 함세웅 신부, 지영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도 참석해 환경운동 30주년을 축하했다. 31일엔 ‘아시아 환경현황과 연대방향’을 주제로 인도네시아의 프리기 아리산디, 캄보디아의 투이 세레이바타나 등 아시아 지역의 골드만환경상 수상자 6명이 참석하는 두 번째 심포지엄이 열린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