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서해에 이지스함 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30일 보도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탐지를 명분으로 한 것이지만 군사적으로 민감한 이해관계에 있는 중국과 북한 등이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최근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관한 검증보고서(안)'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예고가 있을 경우 발사지역의 주변 해역에 이지스함을 배치할 것을 검토한다고 명기했다. 아사히신문은 "보고서에 서해라고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서해 남부 공해를 지칭한다는 것이 보고서를 작성한 관계자의 설명"이라고 전했다.
일본이 이지스함을 서해에 배치키로 한 것은 4월 13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과 관련이 있다. 당시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는 "북한 미사일이 서해 상공에서 폭발했다"고 발표했으나 일본 정부는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특별한 정보가 들어오지 않았다"고 발표, 국민적인 비난을 받았다.
일본은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중국이 연례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반발하는 등 서해 해역을 둘러싼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자 서해 진출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동해와 동중국해에 이지스함을 배치하는 것만으로는 북한 미사일 발사 정보를 명확히 파악할 수 없다고 판단, 서해 이지스함 배치를 검토키로 한 것이다.
일본은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정보를 탐지하기 위해 미군 조기경계위성(SEW) 및 미군 이지스함과도 연계, 발사지역 주변 해역에 또 다른 이지스함을 배치할 계획도 갖고 있다. 보고서에는 탄도미사일방위(BMD) 능력 향상을 위한 SEW의 주요 기술인 고감도 적외선 센서를 항공기에 탑재, 상공에서 탐지 능력을 강화한다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일본 방위성은 4월 17일 검증팀을 설치, 내각관방 등과 사전조율을 거쳤고 28일 다나카 나오키(田中直紀) 방위장관의 허락도 받았다. 아사히 신문은 "이 보고서의 내용을 총리 관저와 최종 조율해 이른 시일 내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국 국방부 관계자는 "일본 방위성이 이지스함 배치 해역을 서해라고 명시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공해상에 들어올 경우라면 일본이 우리와 협의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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