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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자 납치강도까지… 축구스타의 끝없는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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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자 납치강도까지… 축구스타의 끝없는 추락

입력
2012.05.2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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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의 끝은 어디인가. 국가대표 출신 유명 프로축구 선수가 지난해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돼 축구계에서 퇴출된 뒤 부녀자 납치 강도 행각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혔다.

29일 오전 서울 강남경찰서에선 거구의 청년 두 명이 포승에 묶인 채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조사를 받고 있었다. 이들은 국가대표 축구 선수 출신 김동현(28)씨와 전 프로야구 선수 윤찬수(26)씨. 26일 새벽 서울 강남에서 귀가하던 여성을 흉기로 위협해 납치한 혐의다.

김씨는 스타 플레이어였다. 공격수인 그는 2002년 아시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 출전, 최우수선수로 뽑혔고 해외 프로리그에서 뛰던 2006년 성인 국가대표팀 명단에도 들었다. 그러나 전성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2007년 국내 프로리그로 돌아왔지만 기량이 더 늘지 않았다. 그가 찾은 돌파구는 군 입대. 2009년 11월 국군체육부대(상무)로 소속을 바꿨으나 김씨의 추락은 더 가팔라졌다. 상무 시절 프로축구 경기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지난해 5월 발각돼 축구계에서 영구 제명됐고 법원에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았다. 막막해진 김씨는 모아둔 돈 1억원에 빌린 돈 1억원을 보태 사업에 손 댔지만 세상은 녹록하지 않았다. 대출 이자만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윤씨도 대학 시절 에이스 투수였다. 하지만 프로야구 LG 구단에 입단한 뒤 변변한 성적을 내지 못하다 김씨와 같은 시기 상무에 입대했다. 같은 지역 고교를 졸업한 데다 출신 대학도 같아 김씨와 호형호제하던 윤씨는 지난해 제대 후 그라운드 복귀를 꿈꿨으나 '전력 외' 통보를 받았다. 동병상련 처지가 된 윤씨는 김씨가 주도하는 부녀자 납치에 가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6일 오전2시20분쯤 서울 삼성동 강남구청 앞 대로에서 벤츠 승용차를 몰고 가던 피해자 박모(45ㆍ여)씨를 발견하고 청담동 빌라 주차장까지 쫓아갔다. 김씨는 하차하는 그를 흉기로 위협, 조수석에 태워 납치했고 윤씨는 범행 전날 훔친 투산 차량을 타고 박씨를 옮겨 태울 의도로 벤츠를 뒤따랐다. 그러나 박씨는 차가 서행하자 차문을 열어 탈출했고, 곧바로 지나가던 택시를 잡아탄 뒤 경찰에 신고했다. 20여분 만에 범행 현장 인근에서 윤씨를 붙잡은 경찰은 택시에 탑재된 블랙박스를 분석, 김씨도 추가로 검거했다. 경찰은 이들을 28일 특수강도 등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사업 투자를 위해 금융권에서 1억원 가량을 빌렸다가 이자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어나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뒤늦게 '뉘우친다'고 울먹이는 스포츠 스타의 몰락이 보기에 딱하다"고 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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