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들이 '일감 몰아주기'논란에 휩싸였다.
홈네트워크 설비를 자회사 또는 계열사에 몰아줘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의 입찰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대형 건설사들은 건설공사의 주요 과정을 직접 수행하는 것일 뿐, 일감 몰아주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홈 네트워크란 집 밖에서도 스마트폰 등을 통해 가정 내 전기ㆍ전자제품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예컨대 외부에서 가스나 전자제품을 켜거나 끌 수 있고, CCTV를 통해 실내를 확인할 수 있으며 비상시엔 보안업체나 경찰 등에 바로 연락할 수 있는 식인데, 요즘 짓는 '스마트 아파트'에선 핵심설비로 채택되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GS건설과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현대산업개발, 한화건설, 금호건설 등 국내 주요 대형 건설사들은 자회사 또는 계열사를 통해 아파트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홈 네트워크 관련 장비를 조달하고 있다. 예컨대 ▦삼성물산은 삼성SNS(옛 서울통신기술)에서 ▦GS건설은 이지빌 ▦포스코건설은 포스코 ICT(옛 포스데이터) ▦현대산업개발은 아이컨트롤스 ▦한화건설은 한화 S&C ▦금호건설은 아시아나ICT 등에서 각각 물량을 수주 받고 있다.
특히 이들 홈네트워크 자회사 및 관계사들은 대부분 오너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회사들이다. 때문에 내부거래를 통한 부의 이전, 즉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논란이 되는 건 이 분야에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이 꽤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 대형 건설사의 홈 네트워크 설비 조달에는 중소업체들이 아예 처음부터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여러 차례 설비납품을 시도했고 설명도 했지만 계열사들에게 주는 이상 도저히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고 말했다.
중소업체들은 기술력은 물론 브랜드 인지도 측면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다고 자신하고 있다. 국내 중소 홈 네트워크 관련업체인 A사와 B사의 경우, 세계 홈 네트워크 시장에서 5위 안에 들어 있을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 또 국내 대기업 건설사들의 물량을 제외한 공공발주 물량에선 중소기업들이 약 7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품질 면에선 이미 공인 받았다. 대형 건설사 계열사보다 훨씬 더 잘 할 자신이 있는데도 일감 몰아주기로 참여 자체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형 건설사들은 자회사와 계열사에서 100% 홈 네트워크 물량을 받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일감 몰아주기'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홈 네트워크도 아파트 건설공사의 한 과정이다"라면서 "건설과 무관한 분야에 진출했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이미 그런 건 아니지 않는가. 통상적인 일감 몰아주기와는 다른 차원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고급 스마트 아파트를 지향하는 상황에서 중소업체들에게 맡기기엔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 의심되는 부분이 있어서 입찰을 받지 않는다"면서 "모든 건설작업 하나하나를 다 경쟁입찰에 붙이라는 말인가"라고 발끈했다.
중소 업계는 현재 대형 건설사들의 홈네트워크 설비발주 문제를 '일감 몰아주기'로 규정, 관계당국 등에 진정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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