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전자업계가 끝 모를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뒤 공장가동 중단, 대규모 감원, 기술 제휴 등을 통해 필사적인 재기의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옛 영광을 되찾기는 힘들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만이 나온다.
29일 니혼게이자이(日經)신문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본사 인력 7,000여명 중 3,000~4,000명을 연내 희망 퇴직과 자회사 전환배치 등을 통해 사실상 감원키로 했다. 의사결정 구조를 슬림화해 경비를 절감하고 자원을 성장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파나소닉이 그 동안 성역으로 여겨온 본사 인력에 메스를 댄 것은 글로벌 경쟁에서 삼성전자, LG전자 등에 뒤지면서 지난해 7,721억엔(11조여원)의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파나소닉은 이미 자회사인 산요전기의 가전부문을 중국 하이얼에 매각하면서 국내외 인력 33만명 중 3만명을 줄인 적이 있다.
이에 앞서 전자업체인 도시바도 일본 내 유일한 TV 공장인 사이타마 후카야시의 LCD TV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이를 계기로 일본에서는 앞으로 TV 시장에서 '메이드인 재팬' 제품을 찾기 어려울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TV사업 부진으로 2,200억엔의 적자를 기록한 소니도 최근 샤프와 공동 투자한 LCD TV 사업을 접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자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앞날은 밝지 않다. 파나소닉은 TV와 반도체사업 구조조정에 이어 본사 인원을 줄이는 특단의 조치로 내년 3분기 500억엔 이상의 흑자를 내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또 경쟁업체인 소니와 차세대 발광다이오드(OLED) TV 기술개발 제휴협상을 시작했다. 소니도 LCD TV에 비해 고부가제품으로 알려진 OLED TV에 올인, 옛 명성을 되찾는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미 경제전문지 포춘은 애플과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한때 일본 전자회사의 그늘에 가려 힘을 쓰지 못했지만 그런 일은 앞으로 다시 일어나기 어렵다는 전망을 28일 내놓았다. 포춘은 인터넷 기술에 대한 투자로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은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고 IBM과 애플은 새로운 시장에 과감히 몸을 던진 반면 일본 기업은 인터넷과 웹브라우저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해 선도적 역할을 지켜내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