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학계의 유망주로 주목 받아온 강수경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가 논문조작 논란에 휩싸였다(본보 29일자 1면 보도). 이달 초 익명의 제보자가 그 동안 강 교수의 논문을 실었던 10개 국제학술지에 파일을 보내 조작의혹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제보자는 강 교수가 14개 논문에 실었던 실험결과 사진을 비교하며 같은 사진을 중복 게재하거나 편집했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국제학술지 한 곳이 24시간 내 사실이 아님을 입증하거나 논문철회를 요구하자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 2편을 철회하고 투고 준비 중이던 다른 논문 2편을 회수했다고 한다. 강 교수는 "제보자가 악의적으로 미미한 실수를 과장해 제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반발하고 있다.
논문조작 의혹이 일자 서울대가 즉각 공식 조사에 나서기로 한 만큼 일단 결과를 지켜보는 게 순서일 것이다. 과학계에서도 "성급한 판단을 자제하자"는 의견과 "명백한 고의에 의한 조작"이라는 견해가 엇갈리는 가운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사안이 우리 과학계와 줄기세포 연구에 미치는 파장이 지대하다는 걸 인식한 때문이다.
하지만 경위야 어떻든 황우석 사태로 나라 전체가 홍역을 치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데 같은 대학, 같은 연구분야에서 다시 논문조작 의혹이 제기된 것 자체만으로도 영 개운치가 않다. 강 교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정확성과 엄밀성을 생명으로 하는 과학논문에서 그러한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건 상식이다. 2008년 KAIST 김 모 교수가 세포 사진의 현미경 배율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이 취소되는 사태가 있었음을 상기한다면 결코 사소한 실수로 넘길 일이 아니다.
이번 사태의 파문이 얼마나 커질지 짐작하기 어렵지만 우리나라 줄기세포 연구가 '황우석 쇼크'를 벗어나는데 4년이 걸렸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 사이 줄기세포 연구는 미국과 일본, 영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달음박질쳐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우리 과학기술계의 대외적인 신뢰가 걸려있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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