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과의 원정 경기를 싹쓸이 한 한대화 한화 감독은 "선수들이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유격수 이대수, 3루수 이여상, 포수 신경현 등 주전 3명이 빠졌지만 무명 선수들의 반란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는 의미였다.
상대적으로 선수층이 얇은 한화는 두산과 SK, LG처럼 젊은 신예들이 깜짝 활약을 펼치는 팀이 아니다.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 차가 8개 구단 중 가장 큰 편이다. 특히 시즌 초반 LG의 이승우, 임정우, 최성훈 등 신예들이 잇따라 호투하자 부러운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넥센의 서건창, 두산의 허경민 등도 마찬가지다. 한화의 개막전 선발 라인업의 평균 나이는 31.9세였고 27세의 최진행이 막내였다.
하지만 한 감독은 고심 끝에 칼을 빼들었다.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고 2군 선수들을 과감히 올린 것이다. 올해 뽑은 하주석(내야수) 양성우(외야수) 이준수(포수) 등과 함께 프로 7년차 동갑내기 백승룡(내야수)과 오재필(외야수ㆍ이상 30)에게도 기회를 줬다. 안일함으로 가득 찼던 한화 덕아웃에 묘한 경쟁심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일단 이 같은 선택은 맞아 떨어지고 있다. 2001년 한화에 입단한 백승룡은 연승의 시발점이 됐던 25일 경기에서 천금 같은 결승타를 터뜨렸다. 연장 10회 4-4로 팽팽히 맞선 2사 1ㆍ2루에서 풀카운트 접전 끝에 우전 적시타를 날렸다. 몸쪽 공을 예상한 듯 엉덩이가 빠진 상태였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고 넥센 강윤구의 공을 밀어 쳤다.
오재필은 오른손 거포 부재에 시달리던 한 감독의 시름을 덜어주고 있다. 한 감독은 일본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오른손 거포 외야수가 부족하다"며 "이 부분이 아쉽다"고 했다. 시즌 초반엔 이양기가 이 역할을 했지만 최근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가 있다. 빈 자리는 오재필이 맡고 있다. 작년 10월1일 목동 넥센전에서 만루 홈런을 터뜨려 이름을 알린 그는 25일 경기부터 출전, 5타수 2안타 2득점을 올렸다. 특히 안타가 모두 2루타다.
현재 한화의 2군엔 낯익은 선수들이 꽤 있다. 이여상, 포수 신경현, 최승환, 투수 송창식 등 모두 개막전 1군 엔트리에 오른 선수들이다. 하지만 백승룡, 오재필을 비롯해 신예들이 주전 경쟁을 벌이며 선수단의 눈빛이 달라졌다. 29일 대전 삼성전을 앞두고는 지난해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출신 이대수가 1군에 복귀하며 경쟁 구도가 더욱 뜨거워졌다.
김용달 한화 타격코치는 "하위 타선이 문제이긴 하지만 부상 중인 고동진과 베테랑들이 돌아오면 달라질 것이다. 야수들의 페이스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며 "중심 타선에 집중돼 있는 득점 루트도 다양해 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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