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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소등·첨탑 줄이기 나선 한관희 목사/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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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소등·첨탑 줄이기 나선 한관희 목사/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 기대"

입력
2012.05.2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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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첨탑 높이기 경쟁, 붉은 십자가 조명이 도를 넘어섰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를 자제해 나가는 데 첫 불씨가 필요했던 것이죠."

경기 안양시의 교회 십자가 첨탑 줄이기와 조명 끄기 운동(본보 25일자 10면)에 대한 각계의 반응이 놀라울 정도로 뜨겁다. 안양시와 함께 전국에서 처음으로 이 운동을 벌이고 있는 안양시기독교연합회 부회장 한관희(59) 목사는 연합회 소속 480여개 교회가 단 한 곳의 반대도 없이 이 운동에 동참했다는 사실을 힘주어 말했다. "그만큼 스스로를 낮춰 교회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는 교인들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는 것이다.

한 목사는 "교회가 사랑과 희생의 역할을 다한다면 십자가가 그렇게 높게 자리잡을 이유가 없다"면서 "어떤 교회 목사께서 '우리만 낮추면 혹시 불이익이 없겠냐'고 해서 '걱정되면 100m짜리 첨탑을 세우시라'고 했더니 웃고 말더라"고 말했다.

안양시가 교회 십자가 첨탑 줄이기와 조명 끄기 운동에 나선 것은 지난해 11월 최대호 안양시장과 기독교 7개 종단의 친목 모임에서 십자가 안정성 문제가 불거지면서부터다. 2010년 태풍'곤파스'때 십자가 20여개, 지난해 돌풍사태 때 6개가 무너지자 최 시장이 첨탑의 안정성 문제와 조명 민원을 거론했고 이에 안양시기독교연합회가 12월 총회에서 "기독교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자"며 흔쾌히 동의하면서 시작됐다.

현재 안양시내 교회들은 9~15m에 이르는 교회 십자가 첨탑을 3.5m로 줄이기로 만장일치로 의결한 상태로 연합회는 3개의 표준모델을 만들어 안내하고 있다. 다만 안양시 지원예산이 42개 교회 분량밖에 안돼 접수가 조기 마감됐다. 첨탑 철거 교회는 대부분 영세한 교회지만 신도 3,000명 이상의 대형교회 서너 곳도 "자체적으로 첨탑을 낮추겠다"고 통보했고, 다른 2개 교회는 아예 "십자가를 벽면에 새기겠다"고 알려왔다. 안양시는 첨탑철거에 2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 특유의 야경인 교회 십자가 붉은 조명도 밤에는 볼 수 없게 됐다. 연합회 소속 전 교회가 타이머를 설치, 밤 11시에서 새벽 4시까지 십자가의 붉은 조명을 끄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원래 소등 시간을 더 길게 하기로 협의했지만 새벽 4시는 첫 예배가 시작되는 시간이라 임대 영세교회의 경우 점등이 불가피하게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했다. 지금까지 절반가량의 교회가 십자가 조명 끄기에 동참했고 조만간 소속 전 교회가 조명을 끌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안양시의 십자가 줄이기 운동은 다음달 경기도로 확산될 전망이다. 연합회가 6월 열릴 예정인 경기도기독교연합회 총회 때 안양시 사례를 정식 안건으로 채택해 논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도 연합회 부회장이기도 한 한 목사는 "워낙 공감대가 널리 확산돼 있어 도 연합회에서도 이 운동에 동참하리라고 본다"면서 "이 운동이 확산되면 인터넷 상에서 'X독교'로 불리는 등 폄하되고 있는 교회의 부정적 인식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목사는 22년째 남녀청소년쉼터와 청소년아카데미도 운영 중이다. 1982년 사업에 실패하면서 구치소에 수감되기도 했던 그는 기독교에 귀의하면서 청소년 돕기에 일생을 바치기로 결심했다. 한 목사가 운영하는 안양시 포유청소년쉼터에는 현재 남녀 가출 중고생 22명이 생활하고 있으며 이 중 11명이 학교로 복학해 정상적으로 생활하고 있다.

한 목사는 "이 운동은 안양시와 교회연합회 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회원 교회들이 동참해 성사됐을 뿐 나는 심부름꾼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심부름꾼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겸양했다. 한 목사의 호계평화교회는 연립주택에 마련된 쉼터 4층에 있으며 교회를 알리는 십자가도, 현판도 없다.

안양=이범구기자 eb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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