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지사가 최근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다른 야권 주자들은 한발 비켜선 채 차분히 자신의 정치적 여정을 준비하고 있다.
먼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30일 예정된 부산대 강연 원고 준비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그의 강연 주제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으로 한국 사회에 필요한 가치와 원칙에 관한 것이다. 범야권 주자 중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안 원장이 거의 두 달 만에 나서는 공개 강연이라는 점에서 여론의 관심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안 원장 측은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자리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으나 강연 내용은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에 앞서 한국사회 진로에 대한 자신의 비전과 원칙을 밝히는 자리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또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는 스탠스를 취한 안 원장이 최근 통합진보당 사태와 종북 논란 등의 현안에 대해서도 '민주주의와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강조하며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도 있다.
야권의 또 다른 유력 주자인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은 연일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미래를 구상하는 에세이를 올리고 있다. 솔직한 자기 고백을 통해 유권자에게 감성적으로 다가서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손 고문은 지난 23일 "한나라당 전력이 '주홍글씨'처럼 내 발목을 잡을 때가 많았다"고 토로하면서도 그 전력을 부정하지 않고 온전히 책임을 지고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27일에는 자식들을 위해 똥지게까지 지고 나른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글에 담았다. 손 고문은 초등학교 교장이었던 부친이 사고로 세상을 뜬 뒤 생계를 맡은 어머니가 동네에서 인분을 얻어가며 농사를 지었다는 이야기를 전하면서 "(어머니가) 손발에 똥독이 올라 퉁퉁 부르터 있던 것이 눈에 선하다"고 적었다.
손 고문은 이와 함께 2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역대 대통령 중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안목을 갖고 미래를 준비했으며 서민을 생각하며 민생정치를 펼쳤다"고 김 전 대통령을 극찬하기도 했다. 호남 유권자를 비롯한 DJ지지자들을 의식한 언급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어 "대선 후보가 될 수 없어서 (한나라당을) 탈당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부정할 수도 없고 부정할 생각도 없으나,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에서는 소신을 펼 수 없었다는 점"이라고 해명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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