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8일 "북한의 주장도 문제이지만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우리 내부의 종북(從北)세력은 더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라디오와 인터넷으로 방송된 제91차 라디오 연설에서 북한의 미얀마 아웅산 폭탄 테러 사건(1983년)과 천안함 폭침 사건(2010년)을 우리 정부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하고 우리 국민 일부가 이에 동조하는 현상을 지적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서 변화를 요구하듯이 선진국 대열에 선 대한민국에서 국내 종북주의자들도 변해야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종북세력' '종북주의자' 등의 직설적 단어를 사용해 북한 추종세력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은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미얀마를 방문해 아웅산 국립묘지 테러 사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느낀 소감을 밝히면서 "미얀마 정부는 물론이고 유엔도 이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공식 발표했지만 북한은 오히려 우리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2010년 천안함 폭침 때도 과학적 증거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똑같이 (남한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국내 종북세력에 대한 정면 비판은 이 대통령이 통합진보당 사태로 드러난 종북주의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국가안보의 최종 책임자로서 대한민국 체제를 흔들려는 종북주의가 확산되는 것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언급을 계기로 검찰∙경찰 등이 종북세력 수사에 적극 나설 가능성도 있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통합진보당 사태를 계기로) 일반 국민들의 종북세력에 대한 시각이 변하고 있다"며 "대통령의 언급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권은 이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현정권의 실정을 가리고 이념 공세로 만회하려는 '색깔론'이라고 비판했다. 한 야권 인사는 "이 대통령의 언급은 대선 국면에서 특정세력이 유리하도록 만들기 위해 공안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의심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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