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결혼해 지난해 이혼한 이탈리아 남성 움베르토 바그(43)는 두 아이에 대한 양육비로 매달 2,000유로(370만원)를 전 부인에게 보낸다. 밀라노에서 영업직에 근무하는 그가 한 달 버는 돈이 2,200~2,700유로인 것을 생각하면 벅찬 액수다. 하지만 양육비를 한 달이라도 미루는 날에는 구금 등 처벌을 피할 수 없다.
유럽에서 별거나 이혼을 한 남성들이 경제난 때문에 이혼수당과 양육비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 전했다. 법원이 정한 이혼수당과 양육비 등을 전 부인과 자식들에게 제때 지급하지 못하면 이유를 불문하고 처벌받는 서방의 이혼 제도가 이들의 설 자리를 더욱 좁게 만든다는 것이다.
NYT는 유럽 국가들 중 가톨릭 국가면서 70년대 들어서야 이혼이 합법화한 이탈리아를 집중 조명했다. 이탈리아는 이혼 절차와 독신생활 적응 사례 등을 소개하는 이혼박람회가 2010년에야 처음 열릴 만큼 이혼에 대한 편견이 심하다. 2009년 기준 1,000쌍 부부 중 297쌍인 별거 중이며, 이중 181쌍이 2년 가까운 의무 별거기간을 거쳐 이혼했다.
유럽 남성들이 이혼 등과 관련해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는 것은 법적인 문제 때문으로 보인다. 이탈리아는 2006년 공동친권 제도를 도입해 여성도 소득이 있으면 양육비 등을 전 배우자에게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법원은 대부분 소득 수준을 떠나 남성들이 양육비 등을 지급하도록 판결하고 있다.
신문은 “이탈리아 이혼 여성 46.5%가 직업을 갖고 있다”며 “여성들은 남성들의 양육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전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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