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로 힘겨운 나날을 겪고 있는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3국이 '오일 파동'에 직면했다. 석유가 아닌 '올리브유 위기'다.
28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대표적 올리브 생산국인 남유럽 국가들이 재정위기를 겪으며 국내 수요가 급감하자, 올리브유 가격이 10년래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리브 최대생산국인 스페인에선 작황이 너무 좋아 가격하락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과잉공급 때문에 저소득농가의 소득 감소 우려로 유럽연합(EU)이 개입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프리미엄등급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의 도매가격은 톤당 2,900달러로 지난 2002년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2005년 톤당 약 6,000달러에 육박했을 당시와 비교하면 절반 이상 떨어진 셈이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내수 감소. 세 나라는 세계 올리브유 생산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큰 생산국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국내 수요도 많다. 하지만 재정위기와 저렴한 식물성기름과의 경쟁 등으로 수요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스페인은 올해 올리브유 소비가 2002년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며,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1995년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올리브유 소비가 늘어나긴 했지만 이들 국가의 수요 감소를 상쇄할 정도는 아니라고 FT은 전했다.
더 저렴한 식물성 기름과의 가격 경쟁도 올리브유 가격을 낮추는 요인 중 하나다. 스페인의 유명 슈퍼마켓 체인인 에로스키에서 해바라기씨유는 리터당 1.25유로로 일반 올리브유(1.99유로)나 프리미엄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3.25유로)보다 훨씬 싸다.
문제는 올리브유 가격이 이들 3국의 저소득 농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 스페인에서 올리브 최대 생산지인 안달루시아 지방 등을 포함해 빈곤지역의 농가소득이 올리브 수확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안달루시아 지방은 지난 1분기 실업률이 33%까지 올라갔다.
결국 EU는 올리브유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한 개입에 들어갔다. 기업들에게 올리브유 재고를 쌓도록 해서 과잉공급을 줄여보도록 하고 있는 것. FT는 이러한 개입이 마치 재정적자 국가인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의 국채를 유럽중앙은행인 ECB가 사들이는 것과 비슷하다며 '국채매입의 상품시장 버전'이라 할 만하다고 전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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