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부터 이른 더위가 시작되자 냉방수요를 줄여 전기를 절약하기 위한 이른바 ‘쿨비즈’(시원한 비즈니스 옷차림)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넥타이를 매지 않고 시원한 소재의 옷을 입는다는 종전의 쿨비즈에서 한발 더 나아가 반바지와 샌들 차림까지 허용하는 ‘슈퍼 쿨비즈’를 서울시와 일부 기업에서 허용한 것이다.
하지만 ‘실용적이다’는 찬성론과 ‘경박하다’는 반대론이 맞서면서 날씨만큼이나 논란도 뜨거워지고 있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시 공무원들은 반바지에 샌들을 착용하고 근무할 수 있다. 시는 하절기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자 5~9월까지 공무원들이 정장 스타일에서 벗어나 간편하고 시원한 복장을 입도록 하고 사무실 전력 사용을 최대한 줄이는 ‘쿨비즈 운동’을 지난 22일부터 추진하고 있다.
특히 6~8월까지는 ‘슈퍼 쿨비즈 기간’으로 지정, 시민을 상대하는 민원부서 외에는 공직 예절과 품위를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반바지와 샌들착용이 허용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쿨비즈 운동의 확산을 위해 다음달 5일 서울시와 환경재단, 한국패션협회 주최로 구 서울역사에서 열리는 쿨비즈 패션쇼에 모델로 나설 계획이다.
내의업체 쌍방울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반바지까지 허용하는 ‘슈퍼 쿨비즈’를 이달 초부터 시행했다. 4월 말부터 낮 최고기온이 28도에 이르는 고온 현상이 이어지자 지난해보다 한 달 정도 일찍 쿨비즈 기간을 시작한 것. 절전을 위해 사무실 온도는 28도로 유지하고, 직원들에게는 시원한 소재의 하의를 입도록 했다. 상의는 반팔 티셔츠를 자체 공장에서 직접 제작해 나누어줬다.
쌍방울 관계자는 “실제 남자 직원들 중에 반바지를 입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지난해에도 이미 많은 남자 직원들이 반바지에 샌들을 신고 다녔다”고 전했다. 이는 ‘슈퍼 쿨비즈’를 도입한 최제성 대표 본인이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종종 출근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 이 관계자는 “특히 작년에는 여름철에 폭우가 매우 많이 왔는데, 비가 오는 날 반바지에 샌들을 신고 출근하면 바짓단이 젖지 않아 매우 편리하다는 남 직원들의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서울시와 일부 기업들이 반바지를 허용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런 움직임이 크게 확산되는 분위기는 아니다. 다른 회사 임직원이나 고객과 만날 경우 반바지 차림이 예의에 어긋난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요즘 남성복 매장의 트렌드는 ‘쿨비즈룩’이어서 대부분 가벼운 린넨(마의 한 종류) 소재의 재킷이나 셔츠, 바지 등을 전시해 놓고 있지만 대부분 긴 바지”라고 전했다.
공무원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한 서울시 공무원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정장을 입고 근무하면 일의 능률이 떨어지곤 했는데, 쿨비즈를 도입하면 일의 능률도 올라갈 것 같고 에너지도 절약하니 일석이조”라고 좋아했다. 하지만 “설령 민원부서가 아니라도 공무원들이 반바지에 샌들 차림으로 일한다면 시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나”라면서 “물정 모르는 발상”이란 부정적 반응도 나오고 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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