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셋 광고를 보고 여러분이 절대 하면 안 되는 일은 '김남주가 먹는 그 네이처셋 주세요'라고 하는 거예요."
지난해부터 탤런트 김남주가 등장하는 한 건강기능식품의 TV광고 문구입니다. 꽤 화제가 된 광고인데, 정작 이 건강기능식품을 대형 제약회사인 한독약품이 만들었다는 사실은 의외로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독약품은 지난해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뛰어들면서 조직을 개편하고 치료제뿐 아니라 건강 관련 토털케어 분야로까지 사업 기반을 넓혔습니다.
한독약품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LG생명과학, 삼진제약, 대웅제약, 코오롱제약 등 기존 제약업계 강자들이 속속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LG생명과학은 8월 종합비타민, 눈영양제 등으로 이뤄진 새로운 건강기능식품 브랜드를 선보일 예정이고, 게보린으로 유명한 삼진제약은 지난달 말 버섯균 배양 천연 면역증강제인 '삼진AHCC'를 선보이며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본격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사실 제약사들은 그 동안 건강기능식품을 외면해왔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은 분류상 약품보다는 식품에 가깝기 때문에 제약사들은 '우리의 영역이 아니다'고 생각해왔죠. 내심 '정통 의약품을 만드는 회사가 어떻게 효능이 모호한 건강기능식품을 만들 수 있겠는가'라면서 약간은 깔보는 듯한 태도도 견지해왔습니다.
하지만 제약사들은 이젠 약품이냐 식품이냐를 따질 상황이 아닙니다.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 상비약의 슈퍼판매, 한미FTA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수익이 있는 곳이라면 달려갈 수 밖에 없게 됐지요. 그래서 대형 제약사들까지도 급팽창하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제약사들의 잇따른 도전 속에 지난해 건강기능식품 시장규모는 1조3,600억원으로 전년대비 무려 28.2% 증가했다고 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은 제약사들이 생존을 위해 가장 손쉽게 도전할 수 있는 분야"라며 "제약사에서 만든다고 하면 신뢰감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약사들의 처지를 이해 못 할 바 아니지만 좀 씁쓸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돈 되는 건강기능식품에만 매달리다가, 자칫 본업(의약품)은 소홀하게 되는 건 아닐까요. 글로벌 제약사 하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데 말이지요.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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