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 밤샘 도박 파문으로 촉발돼 폭로ㆍ비방전으로 번진 조계종 사태는 '현재 진행형'이다. 사태의 중심에 있는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28일 오전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 오신 날 봉축법요식에서 "전혀 승가답지 못한 일로 국민 여러분과 사부대중께 큰 상처를 안겨드렸다"며 거듭 참회했다.
자승 스님은 지난 15일부터 108배 100일 참회 정진 중이다. 그는 25일 내달 초 종단 쇄신안을 내놓겠다며 "총무원장 재임에 관심이 없고, 임기에도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사퇴 가능성을 조심스레 언급했으나 단임 카드를 통해 내년 10월 말까지 1년 5개월간의 잔여 임기를 꿋꿋이 계속하겠다는 뜻이라는 게 정설이다.
금명간 조계종 내 최대 계파이자 자승 스님의 지지세력인 화엄ㆍ법화회가 단임 의중을 반영해 해체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화엄ㆍ법화회 지지만으로도 총무원장 연임이 가능한 상황에서 자파 해체 선언은 단임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미봉책으로는 만신창이가 된 종단을 바로 세우기에 역부족이라는 게 중론이다. 진정한 쇄신이 되려면 고질병이 된 총무원의 권력화, 사찰 재정의 불투명, 승려의 세속화, 사찰의 기업화 등을 과감히 혁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불교계 관계자는 "자승 스님의 쇄신 카드는 일단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일단 피하고 보자는 뜻에서 나온 '전략적 후퇴'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전략적 후퇴 움직임에는 승단 권위의 상징인 수좌승과 일반 불자들의 압력이 작용했다. 지난 22일 수경 스님 주도로 수좌승 10명이 자승 총무원장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이틀 뒤엔 출ㆍ재가단체들도 가세했다. 출ㆍ재가단체들이 모여 결성한 '청정성 회복과 정법 구현을 위한 사부대중 연대회의'는 "자승 총무원장이 개혁 걸림돌이 된다면 퇴진을 요구하겠다"고 압박했다. 수좌승 성명서를 작성한 월암 스님은 "총무원장 퇴진은 국민과 불자들의 일반적인 정서"라며 "총무원장의 대처에 따라 수좌회와 재가불자들이 움직일 것"이라고 밝혔다. 조계종 승려는 1만2,000여명인데, 수행에만 정진하는 수행승은 3,000명 안팎. 이들 수행승을 이끄는 승려가 바로 100여명의 수좌승이다.
일부 수행승들은 하안거(夏安居)가 시작되는 6월 5일 이전에 승려대회를 열어 종단을 개혁하자는 '급진적인' 논의도 하고 있다. 수행승들이 가부좌를 풀고 산문(山門)을 박차고 나오면 종단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므로 이를 막기 위해 자승 총무원장이 연임 포기 선언 등을 수습책을 내놓고 있다는 분석이다. 벌써 총무원 측에서 수좌승 설득에 나섰다는 얘기도 들린다. 앞으로 1주일이 종단 개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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