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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김연아의 쇼, 황상민의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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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김연아의 쇼, 황상민의 쇼

입력
2012.05.2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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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의 모든 프로그램은 원래 쇼(Show)라고 부른다. 1920년대 새로운 대중매체로 등장한 라디오 방송이 음악 토크(talk) 드라마 뉴스 등 다양한 오락과 정보를 제공한 데서 비롯됐다. 라디오가 TV 방송에 밀리면서 두드러진 것이 주력 시사토크 프로그램의 '쇼' 성격 강화다. 풍자와 코미디를 잔뜩 버무려 넣어 감칠맛을 낸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전역의 공영방송이 내보내는 해리 시어러의 '르 쇼(Le Show)'다. TV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의 목소리 주연으로 유명한 시어러는 배우 코미디언 작가로 활동하는 만능 엔터테이너다. 그는 뉴스 화제 인물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고품격 정치 풍자 코미디로 평판이 높다.

그러나 라디오 토크 쇼는 저마다 청취율 경쟁에 매달리면서 품격과 균형을 잃고 정치적 편향과 선정성이 갈수록 짙다. 악의적 왜곡과 인신공격, 여성 비하로 악명 높은 극우보수 편향의 '러시 림보 쇼'를 닮고 있다. 나꼼수의 저질 블랙 코미디도 그런 전략이 바탕이다.

CBS 기독교 방송의 시사 토크 쇼 '김미화의 여러분'이 피겨 스타 김연아의 교생 실습을 '쇼'라고 비웃어 말썽이 났다. 논란의 주역은 '시사심리추리'코너의 황상민 연세대 교수다. 대중적 인기가 있는 심리학자인 황 교수는 김연아에게 까닭 모를 냉소와 악의를 쏟아냈다. 생김새는 묘해도 학문과 인품이 제법 착실해 보이던 학자도 결국 이 모양인가 싶다. 첫머리부터 이렇다.

-김미화: 김연아 선수 있죠? 예쁘잖아요.

-황상민: 아, 그럼요. 요즘 술 광고 나와 그 맥주 마실 때마다 야, 연아 하고 같이 마셨으면 좋겠다, 그 생각 했어요.

-김: 교생 실습 얘기에요.

-황: 김연아가 언제 대학 갔나요? 대학을 간다면 연대를 가야지 어떻게 고대를 가요?

여기까지는 '쇼'를 위한 너름새 정도로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스포츠 스타들의 대학 스카웃 진학과 수업 출석 등에 관해 엇갈리는 시민 의견 소개에 이은 황 교수의 발언은 실언과 망언을 오간다. 낮술에 취해 방송에서 짓까불었나 싶을 정도다.

그는 "교생 실습을 성실하게 간 것은 아니구요. 한번 한다고 쇼를 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한 거겠죠"라고 말했다. 8일 교생 실습을 시작한 김연아가 어떻게 불성실했다는 설명은 없다. 22일 방송이 나간 뒤 교사와 학생들은 김연아가 성실한 태도로 감동을 주었다는 반박 글을 트위터에 잇달아 올렸다.

논란이 커지자 김미화는 "김연아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방송제작 관행과 토크 내용에 비춰보면, 제작진은 애초 스포츠 스타의 스카웃 진학 등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넘어 김연아와 고려대를 표적으로 삼은 듯하다. 정치적 편향 시비로 공영방송에서 퇴출된 김미화 대신에 황 교수가 악역을 치졸한 방식으로 수행했다.

그의 발언 어디에서도 대학 스포츠의 현실을 진지하게 살피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충정을 엿볼 수 없다. 그저 시니컬하게 욕하고 있을 뿐이다. "고대는 수업 안 들어도 졸업시켜주는 그런 학교인가 보죠...연세대는 그런 거짓말하지 않지요"라는 대목은 요상하게 비뚤어진 심리를 드러낸다. 김연아의 술 광고에 빗댄 발언도 '이 시대의 멘토'라는 상업적 헌사와 동떨어지게 불순한 기미가 있다. "예쁘잖아요"라는 김미화의 간사한 유인에 교묘하게 한 술 더 뜬 '국보급 심리학자'의 모습은 야비하다.

황 교수는 분주한 방송 출연과 강연, 기고 등으로 '심리학계의 아이유' '황크라테스'라고도 불리는 모양이다. 그만한 평판을 누리는 지식인이 왜곡되고 편향된 정치사회적 논란으로 함께 망가지는 대중의 심리를 성의껏 살펴 치유의 길로 이끌기는커녕 스스로 상업적 동기에 이끌려 비뚤어진 코미디 쇼를 일삼는 모습은 딱하다. 사소하게 여길 수도 있는'김연아의 쇼'논란에 정색하고 글을 쓴 이유다.

강병태 논설고문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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