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넥센과 LG는 최하위권 후보였다. 그러나 두 팀은 마치 '폭주 기관차'처럼 질주하고 있다.
과연 두 팀이 잘 나가는 이유가 뭘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지난 24일 잠실구장의 넥센-LG전에 앞서 김시진 넥센 감독과 김기태 LG 감독을 만났다.
두 감독은 공통점이 많다. 한 시대를 풍미한 최고 선수 출신이고,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라운드의 신사'라 불리는 김시진 감독은 최고의 투수 조련사로 통한다. 코치14년 포함 20여년의 지도자 경험을 바탕으로 따뜻하고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한다. 경기 중 위기에도 절대 표정이 변하지 않는 부처 같은 모습을 보인다. 이런 부드러운 지도력으로 선수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김기태 감독 역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카리스마를 뽐내고 있다. 꼴찌 후보 LG가 꾸준히 5할대의 승률로 '신바람 야구'를 하고 있는 것도 김 감독 때문이다. 김 감독은 한신과 요미우리에서 수년간 코치를 경험한 정통 일본 유학파다. 앞으로 한국 야구를 대표할 지도자답게 일본 야구의 장점을 LG에 잘 접목하고 있다.
이런 이유만으로 두 팀의 선전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잘 나가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김시진 감독은 "외부에 처음 공개한다"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계약 기간이 2년이 남아있는 어느 날 이장석 구단 대표가 "지금의 성적에 연연 말고 2013년 우승을 목표로 장기 계획을 세워달라.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 후 이 대표는 50억원의 거금으로 FA이택근, 계약금 10억원과 연봉5억원으로 메이저리그 출신 김병현을 영입했다. 또 나이트, 밴 헤켄 등 외국인 투수들을 데려왔다. 그로 인해 넥센 선수들은 그 동안 품고 있던 구단에 대한 불신을 날려 버리고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식으로 야구에만 매달리고 있다.
LG도 주전급 선수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초보 사령탑 김기태 감독은 먼저 선수들과의 소통에 초점을 맞췄다. '패배 의식에 젖어 있고, 정신력과 패기가 부족하다'고 진단한 뒤 자신의 방식대로 선수들을 다스렸다. 누구나 어느 때든 감독과 대화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 놓았다. 그리고 "상대를 두려워 말라. 자신감을 갖고 투쟁하라"며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마침내 모래알 같던 LG 선수들이 김 감독과 하나가 될 수 있었다.
구단, 감독, 선수들 사이에 믿음이 생기면 꼴찌도 우등생이 된다. 믿음이 곧 '도깨비 방망이' 역할을 한다. 믿음으로 거듭난 넥센과 LG가 계속 분발해 가을 축제에 나란히 참가하길 기대한다.
한국일보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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