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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환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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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환절기

입력
2012.05.2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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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통영에 가서야 뱃사람들은 바닷길을 외울 때 앞이 아니라 배가 지나온 뒤의 광경을 기억한다는 사실, 그리고 당신의 무릎은 아주 차갑다는 사실을 새로 알게 되었다 비린 것을 먹지 못하는 당신 손을 잡고 시장을 세 바퀴나 돌다 보면 살 만해지는 삶을 견디지 못하는 내 습관이나 황도를 백도라고 말하는 당신의 착각도 조금 누그러들었다 우리는 매번 끝을 보고서야 서로의 편을 들어 주었고 끝물 과일들은 가난을 위로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입술부터 팔꿈치까지 과즙을 뚝뚝 흘리며 물복숭아를 먹는 당신, 나는 그 축농(蓄膿) 같은 장면을 넘기면서 우리가 같이 보낸 절기들을 줄줄 외워보았다

시를 보고 새로 알게 되었어요. 뱃사람들은 바닷길을 외울 때 배가 지나온 광경을 기억해둔다는 사실을요. 그러면 뱃사람들은 바닷길이 외로울 때 무얼 기억하나요? 여전히 배가 지나온 뒤의 광경을 기억하나요? 나는 당신의 무릎을 베고 누워 본 뒤에야 그것이 차갑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어요. 황도든 백도든 그걸 먹을 수 있다는 거, 우리가 함께 과즙을 뚝뚝 흘리며 끝물의 과일을 먹었다는 거. 내 손을 잡고 있어서 당신이 비린 것들의 곁을 세 바퀴나 돌았다는 거. 계절이 바뀌는 밤바다에서 우리가 외로울 때마다 그런 절기의 기억들을 줄줄이 외운다는 사실을 새로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모든 시에는 나의 감상보다 더 멋진 감상이 하나 이상은 꼭 존재한다는 사실도.(송종원 '젊고 가난했고 사랑했던', http://webzine.moonji.com/?p=5493&utm_source=twitterfeed&utm_medium=twitt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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