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200여일 앞두고 있지만 야권의 대선 후보 경쟁 구도는 오리무중이다. 연말 대선에 내세울 핵심 정책이나 공약에 대한 논의는 고사하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주자도 아직 한 명도 없다. 열린우리당 탈당과 신당 창당 논란 등 복잡한 내부 사정으로 대선주자의 윤곽이 일대 혼란을 겪었던 2007년 대선 때보다도 내부의 레이스가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야권의 대선 레이스가 늦어지고 있는 것은 우선 민주통합당이 4ㆍ11 총선 패배 후유증으로 당 지도부를 새로 선출하는 당 대표 경선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20일부터 시작한 경선은 내달 9일 열리는 임시전당대회에서 마무리된다.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정동영 등 야권의 대선주자들은 전당대회가 끝난 뒤인 6월 중순 이후에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전망이다. 2002년 대선에서 승리한 노무현 당시 후보가 2001년 12월에 대선 출마를 선언, 1년 동안 대선을 준비했던 것과 비교하면 반 년 이상 뒤처진 것이다.
야권의 대선 구도를 불투명하게 하는 또 다른 변수는 제3지대 후보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출마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안 원장이 30일 부산대 강연을 시작으로 6월부터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까지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지 않아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2007년 당시에는 제3지대 주자인 문국현 후보가 8월 중순 출마를 선언한 후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었으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야권 주자 중 유일하게 20%대의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안 원장과 당시 한자릿수 지지율에 그쳤던 문 후보의 사정은 확연히 다르지만, 안 원장이 출마 선언을 계속 미룰 경우 비판 여론 확산으로 그의 지지율이 추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야권의 또 다른 유력 주자인 김두관 경남지사도 출마 여부를 공식화하지 않아 대선 구도를 출렁이게 하는 변수로 꼽힌다. 김 지사는 지지 기반이 겹치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지지율 추이를 지켜보며 출격을 늦추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 관측이다. 이처럼 야권의 대선 구도가 유동적이다 보니 다크호스에 대한 기대감도 여전하다. 당 안팎에선 김영환 김부겸 박영선 김진표 의원과 이인영 당선자 등이 깜짝 카드로 거론되고 있다.
야권 대선 주자들의 출마 선언이 늦어지고 있는 데 대해 정치권 안팎의 시각은 그리 곱지 않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야권이 후보를 빨리 확정해 정책 대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정치적 이벤트를 통해 바람에 기대려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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