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 선거가 205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선 구도는 여전히 짙은 안개 속에 갇혀 있다. 여야가 대선 후보를 정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유력 대선주자들도 아직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지 않고 주요 정책에 대한 견해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의 흐름이 지속된다면 유권자들은 투표일(12월 19일)이 임박해 대선 후보들 가운데 대충 골라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1992년 이후 역대 대선에서 여야는 대체로 4~7월 사이에 대선 후보를 확정했지만 올해는 5월 말이 됐는데도 대선 출마를 선언한 주자는 소수에 그치고 있다. 제3후보와의 단일화라는 '번외 게임'이 선거일에 임박해 벌어지기도 했지만, 대체로 여야는 '유권자들에게 후보를 알리고 검증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고자 했다. 다만 2007년에는 예외적으로 대선 후보 선출 시기(한나라당 8월, 민주당 10월)가 늦어졌다.
하지만 올해에는 여야의 대선 후보 확정이 2007년보다 더 늦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민주통합당은 대선일 전 180일(6월 22일)까지 후보를 정하도록 당헌에 규정 했지만 이를 지키는 게 불가능해졌다. 전국 순회 경선 일정 등을 감안하면 9, 10월쯤에야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도 당헌상 대선일 전 120일(8월21일)까지 후보를 결정해야 하지만 비박(非朴)주자들을 중심으로 경선 연기론이 제기되고 있어서 대선 후보 선출 시기를 연기할 가능성이 있다. 여야의 '눈치 보기'에다 런던 올림픽(7월27일~8월12일)까지 겹쳐져 여야의 대선 후보 확정이 92년 이래 가장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야권에선 현재까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주자가 한 명도 없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경우 출마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새누리당에서도 비박 주자들만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뿐 유력 주자인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아직 출마를 공식화하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 대다수 주자들이 대선 1년 6개월 전쯤에 출마를 선언하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대선주자들의 출마 시점은 너무 늦다고 볼 수 있다. 출마 선언 지연으로 여야 대선주자들의 능력과 자질, 도덕성을 검증할 시간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상당수 대선주자들은 외교안보, 경제, 복지 문제 등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한 입장을 거의 밝히지 않는 등 무책임한 행보를 하고 있다. 야권의 경우 안철수 원장은 물론이고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 김두관 경남지사 등 유력주자들은 주요 정책 이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박근혜 전 위원장도 지난 총선 과정 등을 통해 복지 등 일부 정책에 대한 견해를 밝혔지만 아직 대선주자로서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선주자들이 하루빨리 주요 국가 정책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밝히고 당당하게 정책 대결을 벌여 선택을 받아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대선이 인기투표식 이미지 정치, 네거티브 경쟁으로 흘러가 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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