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는 최근 전남 영암군 S고교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백일해 집단발병 사태가 발생(본보 26일자 8면)한 데 대해, 하반기부터 성인도 백일해 예방접종을 맞도록 권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존에 백일해 환자 중 성인 비율은 10% 안팎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보고 환자의 31%가 성인이었다.
질병관리본부 배근량 예방접종관리과장은 27일 "몇 년 사이 세계적으로 백일해 집단발병 사례가 많아 국내에서도 불안한 측면이 있었는데 이번에 터진 것"이라며 "다행히 지난해부터 성인까지 접종이 가능한 백일해 백신을 새로 도입, 감염학회와 협의해 하반기부터 성인에게도 백일해 예방접종을 권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침과 기도염증을 유발하는 백일해는 성인에게는 치명적이지 않지만, 영아에게 옮기면 치명적일 수 있다. 영암군 S고교에서 교사 및 학생 266명(확진 36명)이 증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백일해 예방접종과 관련해서는 만6세 이하에서 5차례에 걸쳐 DTaP(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백신), DTaP-IPV(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소아마비 콤보 백신)를 접종하도록 돼 있다. 지난해 5월부터는 만 11~12세 대상으로 Tdap(소아청소년, 성인을 대상으로 한 백일해 항원 포함 백신)를 도입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영암군의 백일해 발생규모와 전파경로를 파악한 후 임시예방접종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만약 지난해 Tdap백신을 도입하지 않았을 경우, 이번 사태 대응에 어려웠을 것"이며 "그나마 천만 다행"이라고 밝혔다. 세계적으로는 2007년 일본 대학생 361명이 백일해에 집단 감염돼 대유행이 있었으며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도 청소년, 성인의 백일해 발병이 증가하고 있다.
보통 예방접종률이 95% 이상이어야 퇴치 수준의 관리가 가능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크게 미흡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만2세까지 완료해야 하는 7가지 영ㆍ유아 필수예방접종 15회를 모두 접종한 비율은 86.3%(2011년 기준, 샘플조사)였다. 그러나 만19개월~만6세의 경우는 73.2%(2008년 기준, 샘플조사)에 불과하다. 호주의 경우 완전접종률이 92.6%에 이른다. 이번 백일해 집단 발병도 국내 추가접종이 적어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문제는 미진한 예방접종으로 인해 백일해 뿐 아니라 일부 법정전염병 발생도 해마다 늘고 있는 데 있다. 수두는 2007년 2만284건에서 지난해 3만6,249건으로 증가했고, 풍진은 2005년 12건에서 지난해 53건으로 증가했다. 볼거리(유행성이하선염)도 2005년 1,863건에서 지난해 6,137건으로 급증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올해 필수예방접종 지원예산이 확대되고 등록시스템이 확립됨에 따라 향후 미접종 영ㆍ유아 비율이 정확히 드러나게 돼 예방접종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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