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대표를 선출하는 경선이 당내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지사의 대리전으로 흐르고 있다. 친노세력의 근거지인 부산ㆍ경남(PK)지역 경선에서 문 고문의 후원자인 이해찬 후보와 김 지사의 암묵적 지원을 받은 김한길 후보가 각각 1승 1패를 기록하면서 이런 양상은 더욱 뚜렷해졌다.
특히 26일 경남 지역 경선에서 문 고문과 김 지사의 대결이 전면에 부상했다. 이날 김 후보가 1위를 차지한 결과를 두고 당 안팎에서 "사실상 김 지사의 승리"라는 평가가 많았다. 친노 대표 주자를 두고 문 고문과 다투고 있는 김 지사가 김 후보에게 힘을 실어준 결과라는 것이다. 물론 김 지사 측은 "김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문 고문과 김 지사는 '이해찬-박지원 역할분담론'을 두고 지역 경선 초기부터 사사건건 갈등했다. 이 후보가 문 고문을 야권 대선 후보로 만들기 위한 포석으로 '이-박 연대'카드를 꺼냈다는 비판이 비등하면서 김 지사는 김 후보 쪽으로 기울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24일 대구ㆍ경북지역 경선에서 김 후보가 1위를 차지한 것도 김 지사의 후원자인 이강철 전 청와대 정무특보의 지원 덕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지역 경선이 대선 주자의 대리전 양상으로 비쳐지는 게 크게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문 고문의 영향력이 큰 울산에서 김 후보에 이어 2위를 기록했고, 민주당의 텃밭인 전남에선 4위에 그치면서 대리전 구도에서 크게 득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후보 선대위 총괄본부장인 양승조 의원은 27일 "김 지사가 이번 당 대표 경선을 본인의 대선 전초전쯤으로 생각하는 듯 하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승부의 분수령인 수도권 경선과 모바일 투표에선 친노세력 내 지지층이 분화하면서 '문재인 대 김두관' 구도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당내 대선주자인 손학규 정세균 정동영 상임고문 등도 이 후보와 연계된 문 고문을 견제하기 위해 김 후보를 측면 지원할 경우 '문재인 대 비(非)문재인' 구도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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