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14대 대선부터 2007년 17대 대선까지 여당과 제1야당의 대선 후보 확정 시기를 분석해 보면 올해 치러지는 18대 대선의 후보 결정이 얼마나 늦춰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먼저 올해처럼 총선과 대선이 동시에 실시된 1992년의 경우 여야 모두 5월에 대선 후보를 결정했다. 여당인 민자당은 5월 19일 김영삼 후보를, 제1 야당인 민주당은 5월 26일 김대중 후보를 각각 대선 후보로 선출했다.
1997년 15대 대선을 앞두고 여당인 신한국당은 7월 21일 이회창 후보를 대선 후보로 확정했다. '9룡(龍)'으로 불리는 대선주자들이 각축을 벌이면서 경선 시기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 경선 시점이 5년 전보다 다소 늦어졌다. 하지만 제1 야당이었던 새정치국민회의는 이미 5월 19일 전당대회를 통해 김대중 대통령 후보를 확정한 상태였다.
2002년 16대 대선의 경우 여당과 제1야당 모두 전국 순회 경선을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후보를 결정했다.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은 4월 27일 노무현 후보를, 당시 제1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5월 9일 이회창 후보를 대선 후보로 확정했다.
반면 17대 대선이 치러진 2007년에는 여야 모두 대선 후보 확정 시기를 늦췄다. 열린우리당 탈당파 등이 뭉쳐 그 해 8월에야 새로운 여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을 창당했기 때문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은 대선을 불과 두 달여 앞둔 10월 15일 정동영 대통령 후보를 선출했다. 야당인 한나라당도 대선주자 간 신경전 끝에 대선 후보 확정 시점을 대선 180일 전에서 120일 전으로 개정해 8월 20일 이명박 대통령 후보를 뽑았다.
올해 여야의 대선후보 확정 시기는 17대 대선 때보다도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일단 새누리당의 경우 당헌ㆍ당규상 8월 21일까지 후보를 확정하게 돼 있다. 하지만 일부 비박(非朴) 진영 대선주자들을 중심으로 대선 후보 선출 시점을 늦추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서 9월 이후에 후보가 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통합당도 내달 9일 새 지도부를 구성한 뒤 대선 후보 경선 일정을 확정할 방침이다. 전국 순회 경선이 실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9, 10월이 돼서야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나 통합진보당 인사까지 참여하는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을 거칠 경우 11월 중에 범야권 단일 후보가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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