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2014년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 철군하기로 하면서 국외로 빠져 나가는 아프간 여성이 부쩍 늘고 있다. NATO군이 철수하면 이슬람 정파 탈레반이 돌아올 가능성이 커지면서 여성 탄압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탈레반 귀환이 가시화하면서 아프간 여성, 특히 젊은 고학력 여성들이 조국을 등지고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국제구호단체 액션에이드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아프간 여성의 85%가 탈레반 정권의 귀환을 두려워하고 있으며 5명 중 1명은 딸의 교육을 걱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아프간을 장악했던 탈레반은 여성의 교육과 취업을 막고 여성이 혼자 외출하는 것과 크게 웃는 것을 금지했다. 탈레반 정권이 붕괴한 뒤 아프간 여성의 권리가 비약적으로 신장했지만 최근 연합군 조기 철군 소식에 그때의 악몽이 벌써부터 재연되는 듯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23일 북부 타카르주의 한 여학교에서는 탈레반으로 추정되는 집단이 독가스를 살포, 여학생 122명과 교사 3명이 병원에 실려가게 했다. 여학생을 가르친 교사가 얼굴에 황산 세례를 받고 여학교 우물에서 독이 발견되는 등 흉흉한 사건도 연달아 터지고 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의 젠더 고문인 구라마나 카카르는 "사회 보안이 갈수록 악화해 학교와 직장에 있던 여성들이 다시 집 안에 갇히는 일이 늘어날 것"이라며 "모든 아프간인이 외국인의 철수를 원하더라도 국제사회는 아프간인의 안전과 자유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탈레반의 정치협상에서 여성 문제가 완전히 빠져 있다"며 "여성들은 직장에서 강간과 학대를 견디는 것도 모자라 출근 길에 (탈레반) 전사들의 목표물이 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성토했다.
카불 소재 인권단체 HAWA의 셀레이 가파 대표는 "똑똑한 여성들은 아프간에 미래가 없다는 것을 알고 학위와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나간다"며 "아프간 여성의 안전은 아프간의 안전과 떼놓을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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