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56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는 오늘, 불자들을 포함한 많은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삶의 근본에 대한 깨우침을 통해 고통 받는 중생을 구하고자 했던 인류의 위대한 스승 붓다의 정신과 가르침에 비추어볼 때 오늘날 한국 불교계에서 벌어지는 현실이 너무도 참담한 때문이다. 충격적인 승려도박 사건 이후 조계종단과 주요 승려들의 온갖 치부와 부끄러운 행태가 연일 시정에 회자되고 있는데도 진정한 참회와 대오각성 대신 상호비방과 고발, 폭행 등 목불인견의 이전투구만 난무하고 있다. 수천 년 정통성을 이어온 대표종단의 수행자들이라고는 차마 믿겨지지 않는 모습들이다.
조계종 쇄신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사안을 보는 인식이 근본적으로 잘못돼 있기 때문이다. 중생의 눈으로 보기에도 전체의 잘못된 관행과 문화 등 적폐를 일소하는 계기가 돼야 할 사안이 정작 종단 차원에서는 계파대립에서 비롯된 종권 다툼, 혹은 기득권 다툼의 시각에서 다뤄지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총무원의 간부쯤 되는 고위승려들이 "(도박은)치매방지를 위한 심심풀이 내기 문화" "(룸살롱에)갔으나 오래 머물지 않았고 성매수는 없었다" 따위의 구차한 변명을 도무지 부끄러워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행히 자승 총무원장이 25일 '108배 참회정진' 뒤 내달 초 종단 쇄신안 발표 계획을 밝히면서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조계종 사태 해결의 물꼬를 틔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자승 총무원장 스스로 최근 논란의 한 축이 돼있던 데다 종도나 종단 일부, 불교단체 등에서도 쇄신의 진정성을 줄곧 요구해왔다는 점에서 이날 언급은 작지 않은 의미를 갖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조계종의 가장 큰 어른인 종정 진제 스님은 부처님 오신 날을 맞는 봉축법어를 통해 "모든 불화와 갈등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그 원인"이라며 이를 떨쳐 밝은 지혜를 회복하고 '참 나'를 찾을 것을 당부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총무원장을 비롯한 조계종단의 뼈를 깎는 자성과 쇄신의 결단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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