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명 패션브랜드들이 한국시장을 향해 ‘직진(직접 진출)’중이다.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 소비시장의 침체 때문에 국내 시장으로 몰려오는 것도 있지만, 한국시장이 해외브랜드에겐 ‘너무 쉬운 시장’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유명 브랜드 코치는 오는 8월 국내 사업자인 신세계인터내셔설과 결별하고 한국시장에서 직접 영업하기로 결정했다.
코치는 지난 2005년 국내에 처음 진출했을 때만 해도 인지도 부족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그나마 신세계인터내셔널의 적극적 마케팅으로 ‘명품’레벨의 브랜드로 이미지가 상승했다. 코치는 지난해 1,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자, 결국 직접 운영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프랑스 유명브랜드 발렌시아가도 올 연말 국내 의류기업 한섬과 국내판권계약이 끝나는 대로, 별도 국내법인설립을 통해 직접 영업하는 쪽으로 검토 중이다. 발렌시아가는 지난 2004년 한섬과 손잡고 의류와 잡화,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면서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쌓았다.
앞서 스페인의 SPA(제조유통일괄형 의류) 브랜드 망고도 지난 1일 제일모직과 3년 만에 결별했다. 자체 법인(망고코리아)를 설립해 직접 영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브랜드들이 처음엔 국내 판매업체와 손잡고 영업을 하다가 인지도가 높아지고 매출이 늘어나면 거의 예외 없이 직접 영업을 선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유니클로, H&M, 자라 등 최근 성공한 해외 SPA브랜드들은 국내에 처음 들어오면서도, 한결같이 국내 업체와 판권계약 없이 ‘직진’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대적인 성공을 거뒀다. 이 같은 대박에 자신감을 얻은 다른 해외 브랜드들도 앞다퉈 ‘직진’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직진’이 다 성공하는 건 아니다. 프랑스의 명품브랜드 셀린느의 경우 애초 직접 영업을 해왔지만 매출저조로 백화점에서조차 퇴출되는 수모 끝에 결국 2009년 ‘직진’을 접고 이듬 해 한섬과 국내 판권 계약을 맺었다. 셀린느는 올해 계약이 만료되지만 ‘직진’으로 돌아가지 않고, 내년부터 신세계인터내셔널과 손잡고 계속 판매대행을 맡길 예정이다.
업계에선 해외패션업체들의 ‘직진’바람에 대해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시장이 경제위기로 인해 정체된 상황에서 중국과 한국은 현재 가장 주목 받는 시장이 됐다”면서 “그만큼 국내 시장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일각에선 한국시장이 해외브랜드들에게 너무 쉬운 시장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사실 명품브랜드부터 유니클로나 자라 같은 중저가 SPA브랜드까지 외국 브랜드가 이렇게 짧은 시간에 뿌리를 내리는 시장이 한국시장 말고 또 있는가”라며 “그 만큼 해외브랜드와 맞설 만한 토종 패션업체들이 없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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