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에서 정부군과 친정부 민병대의 공격으로 어린이 32명 이상이 사망했다. 지난해 3월 시리아 유혈사태가 시작한 이후 일어난 가장 끔찍한 참극의 하나로, 국제사회는 시리아의 잔학행위를 강한 어조로 규탄하고 대응방안 모색에 나섰다. 이번 일로 국제사회의 시리아 해법이 어떻게 바뀔지도 주목된다.
시리아에서 활동 중인 유엔 휴전감시단은 26일(현지시간) 시리아 홈스주 훌라에서 92명의 사망자를 확인했는데 이 중 최소 32명이 10세 미만 아동이라고 밝혔다. 이번 학살은 25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 직후 이뤄졌다. 훌라의 반정부 활동가는 "시위 후 정부군이 포격을 시작했으며 저녁에는 친정부 민병대가 마을로 몰려와 어린이와 여성을 가리지 않고 총으로 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동영상에는 어린이 10여명의 시신이 어깨를 맞대고 한 모스크에 나란히 놓여 있고 8세도 안 된 것으로 보이는 어린이의 얼굴이 심하게 훼손돼 있는 등 충격적인 장면이 포함돼 있다.
시리아 국영방송은 이번 사건을 무장 테러 집단이 저질렀다고 주장했지만 국제사회는 일제히 시리아 정부와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을 비난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코피 아난 유엔ㆍ아랍연맹 특사는 26일 공동성명을 내고 "무차별 폭력을 사용한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범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도 이번 사건을 잔학행위로 규정하고 "폭력과 공포로 유지되는 알아사드 정권을 끝내기 위해 미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요구하겠다고 밝혔으며, 로랑 파뷔유 프랑스 외부장관은 파리에서 시리아의친구들(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해 유엔과 70여개국이 참여하는 국제 연대회의) 회의를 열 것을 제안했다.
무력 사용을 배제한 유엔 평화중재안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난 특사가 주도한 중재안에 따라 지난달 12일부터 정부군과 반정부군의 휴전이 발효되고 유엔이 파견한 휴전감시단 271명이 시리아에서 활동 중인데도 최악의 유혈사태를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정부 무장세력 자유시리아군(FSA)은 "유엔의 중재안은 시리아 정권이 시민을 죽이고 마을을 파괴할 시간만 벌어주고 있다"며 "유엔이 개입하지 않으면 더 이상 휴전을 지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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