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근교 인더스트리시티의 인더스트리 엑스포센터는 태권도 도복을 입은 사람들로 붐볐다. 로데오 경기나 모터사이클 경주가 열리던 이곳의 야외 경기장 그랜드 아레나에는 태권도 경기장이 자리 잡았다. 19회째를 맞은 로스앤젤레스 국제태권도 페스티벌 개막 현장이다.
이틀 동안 대회가 열리는 그랜드 아레나에는 대형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내걸렸다. 개막식에선 미 국가와 함께 애국가가 연주됐다. 미 30개주 대표 선수와 세계 5개국에서 몰려온 2,000여명의 선수단, 선수 가족 등에게 태권도 종주국이 한국이라는 사실을 뚜렷하게 각인시켰다.
이 대회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미 태권도 대표팀 감독을 지낸 전영인(58) YIC 태권도장 관장이 창설해 19년째 운영하고 있다.
1980년 미국으로 건너온 전 관장이 94년 개최한 월드 태권도페스티벌이 모태가 됐고 이후 로스앤젤레스오픈 등 대회 명칭이 바뀐 적은 있지만 한 해도 거르지 않았다. 어느새 이 지역 명물이 됐다.
페스티벌에서 특히 인기를 끈 것은 5인조 단체전. 2006년 한국실업태권도연맹이 창안해 국내에서 먼저 시작됐다가 작년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시범종목으로 채택돼 널리 알려진 뒤 러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앞다퉈 도입했다. 팀당 5명씩 출전해 감독이 수시로 선수를 바꿔 가며 대결하는 방식이다. 마치 레슬링의 '태그매치'와 흡사하게 상대 선수의 기량이나 체급, 몸 상태 등을 고려한 '수 싸움'이 요구돼 기존의 일대일 겨루기보다 재미가 한층 더하다.
뉴욕에서 온 제이컵 레이스(17) 군은 "태권도를 5년 째 배우면서 좀 따분하고 재미가 없었는데 여기 오니까 경기가 박진감 넘치고 파티같은 분위기라서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전 관장은 "어린이, 청소년, 성인 등 다양한 연령대와 인종을 가리지 않고 와서 즐기는 대회가 됐다"고 말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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