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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크로마뇽' 바늘이 크로마뇽인과 네안데르탈인 운명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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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크로마뇽' 바늘이 크로마뇽인과 네안데르탈인 운명 갈랐다

입력
2012.05.25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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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마뇽/브라이언 페이건 지음ㆍ김수민 옮김/더숲 발행ㆍ440쪽ㆍ1만8900원

현생 인류의 조상 크로마뇽인은 약 4만 년 전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이주했다. 그곳에서 그들은 '또 다른 인류' 네안데르탈인과 마주쳤다. 크로마뇽인보다 키는 작지만 다부진 몸을 가졌던 네안데르탈인은 20만 년 전부터 줄곧 유럽에 살며 크게 번성했다. 그러나 영광은 계속 되지 않았다. 네안데르탈인은 3만 년 전 멸종했고, 유럽의 주인은 크로마뇽인으로 바뀌었다. 크로마뇽인이 이주하고 네안데르탈인이 사라지기 전까지, 약 1만 년 간 두 인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미국 캘리포니아대 고고학과 명예교수인 브라이언 페이건은 두 인류가 큰 교류 없이 서로를 경계하며 오랜 시간 공존했다고 말한다. 그들 중 일부는 '침묵 교역(silent trade)'의 형태로 대화 없이 물물교환도 했다. 가령 크로마뇽인이 생활권이 맞닿은 경계면에 고기를 두면 가면 그걸 본 네안데르탈인이 같은 자리에 고기 값으로 조개 등을 놓는 식이다.

그렇게 따로 또 같이 살던 두 인류의 운명은 작은 도구가 갈랐다. 바늘이다. 당시 지구는 빙하기를 맞았고, 온난하던 기온은 영하까지 떨어졌다. 크로마뇽인은 몸의 온기가 머리, 손발 등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체온을 유지하려면 옷을 여러 겹 입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들은 실과 동물 뼈로 만든 바늘로 다양한 짐승의 털과 가죽을 이어 자신에게 꼭 맞는 두툼한 옷을 만들었다.

하지만 네안데르탈인에겐 이런 멋진 발명품이 없었다. 그들은 뾰족한 돌로 구멍 뚫은 가죽을 실로 연결해 입고 다녔다. 가죽 조각을 느슨하게 이은 옷은 몸을 따듯하게 유지하는데 한계가 있었고, 그들은 빙하기에 서서히 사라져갔다.

페이건 교수가 쓴 <크로마뇽> 은 크로마뇽인과 네안데르탈인과의 만남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간 대중고고학서다. 크로마뇽인이 급변하던 환경에 어떤 방식으로 적응했고, 문화와 예술, 무기를 어떻게 발전시켰는지 하나씩 풀어간다. 저자는 크로마뇽인이 동물 가죽을 여러 겹 덧댄 옷과 효과적인 도구와 무기 덕에 네안데르탈인보다 우위에 설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 한 예가 몸돌과 돌날격지다. 크로마뇽인은 몸돌을 갖고 다니면서 필요할 때마다 몸돌에서 작고 날카로운 돌날격지를 떼어 내 사용했다. 돌날격지는 동물 뼈를 뾰족하게 깎거나 바늘 같은 정교한 공예품을 만들 때 썼다. 이 날카로운 돌로 동굴 벽에 멋진 그림을 남기기도 했다.

저자는 이러한 방식이 흔히 '맥가이버 칼'이라 부르는 스위스아미 칼과 유사하다고 말한다. 몸돌은 맥가이버 칼의 몸통이고, 거기서 떼어 낸 돌날격지는 맥가이버 칼 안에 있는 다양한 도구와 같다는 것이다.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지만 이러한 도구 덕에 역사가 바뀌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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