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열두 살은 없다/기시모토 신이치 지음·고향옥 옮김/양철북 발행·초등 고학년·8,500원
아마노 다카마사. 열두 살. 학원에 가야 해서 때로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해 좀 우울해지는 소년. 원래 그냥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아이. 엄마가 하는 말에는 뭐든지 반대로 하고 싶은 '청개구리 심보'가 자라 올라오는 걸 느끼는 사춘기.
<평범한 열두 살은 없다> 는 '다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초등학교 고학년 소년의 일상을 그린 일본의 청소년 소설이다. 아빠 엄마 누나 둘, 5인 가족의 분위기는 교육에 열성적인 엄마가 주도한다. 요즘 최대 관심은 큰 누나 유코의 고입 준비. 속에서 반항심이 새록새록 자라는 다카는 '끝없이 맑고 파란 하늘'을 볼 수 없는 것이 아까워 학원을 땡땡이치고, 불량끼 때문에 엄마가 절대 어울리지 말라는 옆집 중3 형 히로시를 따라 권투 체육관을 들락거린다. 평범한>
1990년대 중반에 나온 이 소설은 일탈이라고는 해도 그리 유별날 것 없는 다카의 일상을 잔잔히 좇아가며 틀에 박힌 일본 가정인 다카네와 체육관에서 알게 된 형들의 삶을 대비해 보여준다. 좋은 고교에 진학하고, 대학을 나와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해 집안을 다잡는 엄마와 그에 따르는 유코 누나는 합격이라는 행복한 선물을 받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목수가 될 꿈을 안고 목공일을 배우며 좋아하는 권투 연습도 하는 히로시의 삶이 불행한 건 결코 아니다. 히로시가 첫 연습경기에서 지고 내려오자 체육관 사람이 글러브를 벗겨 주며 말한다. "지고 나면 강해지는 거야… 인간이란." 히로시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그리고… 진 사람한테만 보이는 게 있지. 그건 말이지… 바로 자신이야. 자신." 읽고 난 뒤 자신을 가만히 되돌아 볼 수 있는 힘을 전해주는 잔잔하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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