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에 응급환자가 발생했습니다! 승객 중 의사 선생님이 계시면 승무원에게 말씀해주십시오!" 최근 한 의료전문지가 의사 900여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이 같은 상황에서 '즉각 나선다'는 응답은 53.9%에 그쳤다. 의사라도 응급의학과나 외과가 아니면 응급환자를 접한 경험이 드물고 기내에 비치된 장비도 낯설기 때문이다.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가 처음으로 정규교육과정에 항공의료실습을 도입해 주목을 받고 있다. 22일 대한항공 항공의료센터에서 열린 실습에서 학생들은 낯선 장비 사용법을 익히느라 긴장한 모습이었다. 기내 의료기기는 부피를 줄여야 해서 보통 병원에서 쓰는 것과 다르다. 박석우(24)씨는 "손잡이 안에 펜라이트(빛을 비춰 동공을 보는 펜 모양 기기)가 들어 있는 후두경은 처음 본다"며 "급박한 상황에선 당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재(24)씨는 "지상 의료진과 협진하는 방법을 처음 배웠다"고 말했다.
실습을 지도한 안성희 항공의료센터 시니어닥터는 "기내 응급의료라면 대충 구급함 정도로 생각하는데, 국제운송기구 매뉴얼에 따라 각종 전문의약품을 두루 갖추고, 한국인에 흔한 증상에 대비해 구토억제제나 혈당측정기 등은 추가로 확보해뒀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는 "현재 본과 4학년 중 희망자만 실습에 참여하는데 학생들 반응을 본 뒤 4학년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항공의료센터에 따르면 항공의료실습을 정규과정으로 운영한 국내 의대는 2010~2011년 인하의대 산업의학과에 이어 서울대 의대가 두 번째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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