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두 번째 메이저테니스대회인 프랑스오픈이 27일(한국시간) 오후 개막한다. 1891년 프랑스 국내 클럽대회로 시작한 프랑스오픈은 1925년에서야 외국선수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1968년 테니스가 프로와 아마추어의 구분을 없앤 '오픈시대'를 선언한 이후 열린 첫 메이저대회가 프랑스오픈이다. 현 롤랑가로스 메인 스타디움은 1928년에 완공, 84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대회 조직위는 롤랑가로스 스타디움이 너무 좁고 낡아 전면 개보수 작업을 진행 중이다.
프랑스오픈의 가장 큰 특징은 4대 메이저대회(호주 프랑스 윔블던 US오픈)중 유일하게 클레이코트에서 열린다는 점이다. 프랑스오픈 클레이코트는 붉은색 벽돌을 분쇄해 가루를 점토질의 바닥 흙 위에 뿌린 것이다. 흙 코트인 만큼 바운드된 볼의 스피드가 하드코트와 잔디코트에 비해 떨어진다. 따라서 수비형 선수에게 유리하고 랠리가 길어지는 만큼 체력소모도 많은 편이다. 강력한 서브를 주무기로 한 선수 중 프랑스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가 피트 샘프러스다(미국). 샘프러스는 메이저대회 14차례 정상에 올랐지만 프랑스오픈에선 4강 진출이 최고성적이다. 또 대회명칭이 프랑스오픈이지만 1983년 야닉 노아 이후 더 이상 프랑스 출신 남자단식 챔피언이 나오고 있지 않다. '코트위의 알리' 조 윌프레드 송가(27ㆍ랭킹5위)를 비롯해 질 시몽(27ㆍ12위), 가엘 몽피스(25ㆍ13위) 등 우승 후보들은 있지만 잘해야 4강권이라는 평가다.
올 시즌 최대 관전포인트는 라파엘 나달(26ㆍ스페인ㆍ2위)의 대회통산 7회 우승 달성여부다. 나달이 따낸 49개의 챔피언 트로피중 클레이코트에서 거둔 것만 35개에 이를 정도로 나달은 클레이코트의 제왕으로 군림 중이다. 나달은 2005년 이후 이 대회에서 45승1패를 보이고 있다. 2005~08년 4연패를 차지했고, 2010~11년 2연패에 성공했다. 이는 비외른 보리(스웨덴)와 통산 6회 우승 타이다. 나달이 올해 프랑스오픈을 제패한다면 자신의 11번째 메이저우승컵이자, 샘프러스의 윔블던 7회 우승과 함께 특정 메이저 대회 최다우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전망은 밝다. 나달은 지난주 남자프로테니스협회(ATP) 1,000시리즈 로마 마스터스에서 노박 조코비치(25ㆍ세르비아ㆍ1위)를 꺾고 챔피언에 올라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조코비치는 올해초까지 나달에게 결승 7연패의 수모를 안겼으나 나달은 최근 결승 2연승으로 조코비치에게 설욕하고 있다.
더구나 클레이코트에서 상대 전적은 나달이 11승2패로 압도적 우위다. 조코비치는 로마 마스터스에서 패한 직후 "클레이코트에선 나달을 당해낼 선수가 없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레이튼 휴이트와 앤드리 애거시, 로저 페더러(31ㆍ스위스ㆍ3위)의 코치를 지낸 대런 카힐(47)도 "나달이 조코비치를 꺾는 비법을 터득한 것 같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나달은 "내가 최고라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뿐 이다"라며 몸을 낮췄다.
나달에게 2연패로 주춤거리긴 했으나 조코비치도 프랑스오픈에 '깊은 한'을 품고 있다. 조코비치는 4대 메이저대회 중 유독 프랑스오픈만 손에 넣지 못해 커리어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석권) 족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조코비치의 프랑스오픈 성적은 25승7패. 샘프러스와 마찬가지로 결승무대는 한번도 밟지 못한 채 4강(2007~8년, 2011년)진출이 고작이다. 지난해는 41연승 무패가도를 달리다가 이 대회에서 페더러에게 2-3으로 덜미를 잡혔다.
페더러 역시 프랑스오픈과 오랜 악연을 면치 못했다. 대회 통산 49승12패 전적을 보이고 있는 페더러는 앞서 결승에만 3차례 올랐으나 번번히 나달에게 우승컵을 헌납했다. 하지만 나달이 2009년 8강에서 무너지자, 비로소 우승컵을 손에 넣어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페더러는 이번 대회를 통해 17번째 메이저타이틀에 도전한다.
프랑스오픈을 3차례(84,86~87년) 석권한 이반 렌들을 풀타임 상임코치로 영입한 앤디 머레이(25ㆍ영국ㆍ4위)는 지난해 처음으로 대회 4강에 올랐으나 나달에게 무릎을 꿇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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