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를 50% 깎아주십시오."
지난달 초 KT는 연세대에 '하소연' 섞인 공문을 보냈다. 휴대전화 통화 등 서비스 제공을 위해 캠퍼스 안에 설치한 기지국과 중계기 등 통신장비 설치공간에 대한 임대료 때문이다. 4월 말 학교와 2년 계약이 끝나는 KT는 "최근 수익 악화 등 어려움이 많아져 매년 6,000만원이 넘는 임대료를 절반으로 인하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연세대 측은 "절반 인하는 어림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양측은 아직까지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신경전을 계속하고 있다.
과거 대학 캠퍼스는 통신사들에게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1990년대 초부터 호출기(삐삐) PCS폰 휴대전화 스마트폰 등 새로운 이동통신 기기가 나올 때마다 캠퍼스에 앞다퉈 교내 기지국과 중계기를 설치하고 '잘 터진다'며 경쟁했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대학생들은 새 기기가 나올 때 기존 기기 대신 바꾸는 주기가 일반 고객보다 짧고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에 마케팅에 있어서 중요한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불황과 과열 경쟁으로 어려움을 겪는 통신사들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 대학에 연간 수 천 만원씩 지불해 온 대학 내 중계기와 기지국 임대료를 깎아 달라 읍소하고 있는 것이다. 통상 임대료는 기지국과 중계기 수, 통신 설비가 차지하는 면적, 주변 땅값 시세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된다. 모두 2개 기지국과 35개 의 중계기를 운용하는 연세대의 경우 SKTㆍKTㆍLG로부터 연 1억7,000만원의 짭짤한'임대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통신사들이 최근 대학들이 받는 임대료가 지나치다며 요금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땅 주인'인 대학들의 속내는 다르다. 연세대 관계자는 "학교마다 업체의 장비 숫자, 점유 공간, 캠퍼스 크기 등이 다르고, 또 같은 면적의 땅이라도 강남과 강북이 차이가 나듯 임대료를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모두 기지국 11곳과 중계기 347대를 운용하고 있는 서울대는 임대료를 너무 적게 받았다며 올릴 태세다. 서울대는 3개 통신사로부터 합쳐서 연간 1,000여만원의 임대료를 받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국립대라 공시지가 등 국유재산법에 근거한 사용료를 부과해 사립대에 비해 임대료가 훨씬 낮았다"며 "법인화로 재산관리 지침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통신 환경에 따라 통신사와 대학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인 임대료 산출 방식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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