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69)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지난해 영업정지 위기에 몰린 미래저축은행에 대한 부당 대출을 계열사에 지시한 단서를 검찰이 포착, 23일 서울 서초동 하나캐피탈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김 전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인사라는 점에서 수사결과에 따라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투자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회계장부 등을 확보했으며,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김 전 회장을 소환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김찬경(55ㆍ구속) 미래저축은행 회장은 금융감독원의 제2차 저축은행 영업정지 발표를 앞두고 있던 지난해 8월 평소 친분이 있던 김 전 회장에게 유상증자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근 김 회장에 대한 조사에서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의 주선으로 김 전 회장을 직접 만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하나금융그룹 계열사인 하나캐피탈은 지난해 9월 145억원을 투자해 미래저축은행 주식 290만 주를 사들였고, 미래저축은행은 하나캐피탈의 투자로 자기자본비율(BIS)이 5.25%로 높아져 영업정지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하나캐피탈은 이후 미래저축은행의 BIS 비율이 계속 낮아지자 근저당권을 설정한 서울 서초동 미래저축은행 사옥에 대해 경매 신청을 했지만 선순위권자인 솔로몬저축은행에 밀려 손실이 불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캐피탈은 당시 미래저축은행 소유의 그림 5점과 김 회장 등의 주식 및 서울 압구정동 소재 아파트, 서초동 사옥 등을 담보로 잡았다.
검찰은 하나캐피탈이 후순위로 담보를 설정하고 가치 산정이 어려운 그림을 담보로 잡았다는 점 등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김 전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에 배임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하나캐피탈 측은 그러나 "채권 보전조치가 충분히 취해져 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하나은행이 2010년 7월 김찬경 회장이 차명 소유한 충남 아산 소재 아름다운골프장의 무기명 회원권 18억원어치 상당을 사들인 과정의 불법성 여부도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김 전 회장은 또 김찬경 회장이 청와대 김모 행정관의 친형 소유 병원을 농협과 유암코(부실채권 관리ㆍ유동화 전문기관)를 거쳐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사들였다 되파는 방식으로 100억원대의 빚을 탕감받도록 해준 의혹에도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은 그러나 미래저축은행 관련 의혹 등을 전면 부인했다. 김 전 회장은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검찰의 하나캐피탈 본사 압수수색에 대해 "오히려 (나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 잘 밝혀질 것으로 본다"며 "빨리 수사해 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천신일 전 세중나모 회장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 과정에 내가 관여(지시)한 적도 (어느 누구의) 청탁을 받은 적도 없다"고 일축했으며, 김찬경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아는 사이인 것은 맞지만 친근한 관계는 아니다. 우연찮은 기회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청와대 김모 행정관의 형 빚 탕감 의혹에 대해서도"내가 채권을 싸게 매각해 달라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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