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8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한지 꼭 300일이 되는 23일 오후 서울 우면동 방배래미안 아파트의 앞에 자리한 우면산 제1공구에서는 복원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해 산 사태로 토사와 나무가 휩쓸려 간 자리에는 급류와 토사를 막기 위해 돌을 쌓아 만든 배수로와 사방댐이 들어섰고, 주변의 정리공사 작업을 위해 수 십대의 굴삭기와 덤프 트럭이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서울시가 42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난해 8월15일부터 공사를 시작한 제1공구의 공정률은 현재 90%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본격적인 강수기인 6월에 접어들기 전까지 공사 마무리 작업이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복원공사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지만, 학계에서는 서울시가 우면산 산사태에 대한 정확한 원인 규명 없이 은폐와 졸속으로 복원 공사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원인 규명 없이 공사를 산림조합중앙회에 맡긴 결과, 암반이 많은 우면산 지형의 특징은 무시된 채 시행된 대규모 토목 공사로 우면산의 자연경관을 훼손시켰다”며 “특히 수해 발생시 피해를 더 키울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비난했다.
소방방재청 전문심의위원으로 방배래미안아파트 비상대책위원인 정종호박사는 “돌로 된 배수로와 사방댐은 흙이 깊은 지역에선 지반을 지지하는데 효율적이지만, 우면산처럼 흙이 얕고 암반이 노출된 지역에 이를 설치하는 것은 부적합하다”며 “산사태 방지 효과가 의심스러운 사방댐과 배수로를 설치해 우면산의 모습이 흉물스럽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도 “붕괴의 원인 중 하나로 꼽혀온 공군부대에서 복원이 이뤄지고 있는데도 하부에서 나무를 베는 등 자연을 훼손하면서까지 대형 토목공사를 벌이는 이유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우면산 산사태에 대한 원인 재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박원순 시장은 21일‘2012 서울 수해 안전대책’을 발표하며 “우면산 산사태에 대한 원인에 대해 6개월간 전면 재조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주관이 돼 이달 말부터 11월까지 진행할 이번 재조사에는 3억원이 투입돼 20명의 전문위원이 참여한다.
그러나 이번 재조사 위원장에 김영모 전 한국지반공학회 회장이 위촉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지반공학회가 지난해 11월 서울시에 제출한 우면산 산사태 최종 보고서의 내용이 부실하다는 지적에 따라 서울시가 직접 나서 재조사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동일한 학회의 전 회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것은 재조사의 본래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학회 회장 등의 직함과 관계 없이 우면산 산사태 재조사를 책임질 전문가를 현재 섭외 중에 있다”며 “공사가 마무리 되고 재조사도 진행되는 만큼 최종결과를 지켜봐 줄 것”을 당부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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