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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안녕, 하세요!

입력
2012.05.2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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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부 1학년 일곱 살 여자아이 지혜는 사고뭉치다. 아무 때나 떼쓰고, 화장실에 갔다 하면 휴지를 모두 빼서 휴지통에 버려 야단을 맞는다. 그러다가도 피아노 연습시간만 되면 신이 난다. 작가가 꿈인 2학년 명선이는 선생님도 인정하는 시인이다. 감각적인 그의 시어들은 눈을 감아도 눈앞에 풍경이 펼쳐지게 만든다. <데굴데굴 데굴데굴 굴리고 또 굴려 매트 끝까지 동글동글 동들동글 앞으로 굴려요 딱딱딱딱 딱딱닥딱 넘어라 넘어 줄넘기>

■ 4학년 채은이와 수경이는 단짝이다. 장래희망도 교사로 같다. 만나면 웃고, 수다를 떤다. 결말이 조금 이상한 화장실 괴담을 이야기하고는 깔깔거린다. 아기 때 시력을 잃어버린 채은이가 지나가듯 이렇게 말하고는 웃는다. "우리는 눈이 엄청 많아요. 손도 있고, 발도 있고, 귀도 있고." 멀쩡한 두 눈조차 제대로 뜨지 않고 사는 우리가 아프고, 부끄럽다. 바이올리니스트인 6학년 지훈이는 어떤가. 스티븐존스 증후군이 심각해 살아있는 것만해도 기적이고 감사다.

■ 인천 혜광학교는 56년 역사의 시각장애 특수학교다. 유치부부터 고등부까지 맞춤교육을 하는 그곳에서는 아이들을 시각장애의 틀 속에, 특수의 울타리에 가두지 않는다. 재즈 즉흥 피아노 연주의 명 콤비인 중학생 희원과 수빈, 학생국악경연대회 판소리부분 대상을 받은 고교생 보혜, 악기라면 트럼본 드럼 클리리넷 가리지 않고 멋지게 연주하는 서울대 지망생인 희승도 있다. 임태형 감독의 다큐멘터리 <안녕, 하세요!> (24일 개봉)는 그들의 생활기록부이다.

■ 여느 작품과 달리 장애에 대한 동정이나 장애 극복의 감동을 억지로 연출하거나 찾지 않았다. 그냥 그 아이들도 또래와 똑같이 친구, 공부, 사춘기, 짝사랑, 진학, 직업을 걱정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시각장애 때문에 그것이 더 간절하고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들이"안녕, 하세요!"라고 먼저 건네는 인사를 외면하지 말고, 우리 모두 그들에게 귀 기울어야 한다. 시청자의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해결하려는 <안녕하세요> 란 TV프로그램도 있지 않은가.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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