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진기자 출신 고명진씨 영월 폐교 리모델링…미디어기자박물관 건립/ "치열한 기자생활의 흔적들 전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진기자 출신 고명진씨 영월 폐교 리모델링…미디어기자박물관 건립/ "치열한 기자생활의 흔적들 전시"

입력
2012.05.23 12:07
0 0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인구대비 가장 많은 21개의 박물관을 가진 '박물관 특구'가 강원 영월이다. 여기에 24일 박물관 하나가 추가된다.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이다. 영월군 한반도면 내 10여년 전 폐교된 신천초등학교 여촌분교를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서울 한복판의 비슷한 박물관들에 대한 반응도 시큰둥한 판에 인구 4만명을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는 시골에 이게 웬 말인가 싶지만 박물관장 고명진(61)씨의 이야기를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 진다. 고 관장은 "깨끗한 공기에다 한반도지형 전망대, 별마로천문대, 동강 래프팅, 고씨동굴 등 관광지와 체험거리가 넘치는 영월에서 현대사와 기자들의 직업 세계까지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는 중앙일간지 사진부 기자 출신이다. 일화 한토막은 지금도 회자된다. 1987년 6ㆍ29민주화선언을 이끌어 낸 시위 중 하나인 부산 문현로터리 평화대행진 현장에서 상의를 벗은 한 청년이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린 채 달리는 장면을 사진에 담았던 장본인이다. '아! 나의 조국'이란 제목이 붙은 이 사진은 99년 AP 선정 '20세기 세계 100대 사진'에 포함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입구에 '미디어기자박물관'간판이 걸렸지만 사진 기자로 살았던 탓에 4개의 교실로 꾸민 박물관엔 수많은 카메라와 렌즈 등 사진 기자 관련 전시물이 유독 많다. 특히 대통령 행사와 올림픽 등 주요 행사장 출입증과 취재 허가증에 해당하는 취재완장은 600여개에 이른다. 기자생활 전인 60~70년대의 완장은 수많은 선배 기자들이 기증한 것들이다.

그는 "15년 전쯤 '퇴직하면 기자 박물관 건립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기자협회보에 쓴 적이 있는데, 결과적으로 이 약속을 지켰다"고 했다. 박물관 건립 구상은 10년도 넘었는데, 지난해 급물살을 탔다. 영월군이 고 관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박물관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한 것이다. 서울 은평에서 영월로 주민등록을 옮기고 한반도면으로 아예 귀촌했다. 박물관 개관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더 많은 자료들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답지했다. 그는 "기자들이 사용하던 타자기, 전화기, 녹음기, 카메라 등 전시품이 총 2,400여점에 이른다"며 "절반이 기증받은 것들"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그는 "미디어기자박물관은 개인 박물관이 아닌 '모두의 박물관'"이라고 정의했다.

수많은 전ㆍ현직 기자들이 힘을 보탠 만큼 여느 박물관에서 보기 어려운 자료들이 수두룩하다. 박정희 정권 당시 재판정 출입을 위해선 필수였던 법정취재 허가서, 5ㆍ18 당시 시민군(시민학생수습위원회)이 발급한 통행증, 한국전 종군기자로 뛰었던 외신기자가 기증한 취재망원경 등. 고 관장은 "박물관을 둘러본 뒤에는 별도 마련된 체험관에서 전용 편집기와 프린터로 신문 제작이 가능하다"며 "여행 사진을 이용해서 가족신문, 여행신문 등으로 추억을 담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내친김에 박물관 인프라를 이용해 지역주민들과 함께 신문을 만들 생각이다. "두고 보세요 신문이 나오면 영월에도 귀촌, 귀농바람이 세차게 불 겁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