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最初), 세계 최고(最高), 국내 최대(最大).'
국내 건설업체들이 세계 교량 건설 역사의 기록이 잇따라 갈아치우고 있다. 외국의 기술을 빌려와 선진 시공법을 흉내 내던 수준에서 벗어나 이제는 기술독립을 넘어 독창적 설계 디자인, 세계 최초의 첨단공법 개발 등으로 세계 교량 시공을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6월 공식개통을 앞두고 최근 완공된 인천 청라지구의 공촌1교. 다리를 지탱하고 외관을 좌우하는 교량의 핵심 부분인 주탑이 휘어져 있어 눈길을 끈다. 현대건설이 교량의 구조 효율을 높이고 역동성을 강조하기 위해 주탑을 수직에서 15도 경사를 준 '경사(傾斜)주탑'이다. 인천과 강화를 잇는 공촌1교의 주탑 높이는 109m로, 국내 경사주탑 사장교(주탑에서 케이블을 직접 내려 각각의 교량상판을 연결해 지지하는 공사방식)로서는 가장 높다.
대우건설이 준공한 거가대교(경남 거제시 유호리~부산 강서구 가덕도ㆍ총 8,200m) 중 해저터널 구간인 '가덕해저터널'은 세계 최초로 외해(外海)에 세워진, 세계 최저 수심(48m)을 관통하는 침매터널이다. 침매공법은 육상에서 제작한 콘크리트 박스 구조물을 부력을 이용 물위에 띄워 설치지점까지 운반해 가라앉힌 후 수압차 힘으로 구조물을 서로 접합시켜 터널을 완성하는 고난이도 공법이다.
여수엑스포 개장과 함께 최근 임시 개통한 대림산업의 이순신대교(전남 광양시 금호동~여수시 묘도동ㆍ2,260m)는 주탑과 주탑 사이 거리(주경간 거리)가 1,545m로, 국내 최장이자 세계에서 4번째로 긴 현수교(주탑을 연결하는 케이블에서 늘어뜨린 강선 와이어에 상판을 매단 교량)로 위용을 드러냈다. 270m 높이의 주탑은 현존 교량 주탑 중 세계 최고 높이를 자랑한다. 249m인 여의도 한화63시티(63빌딩) 보다 높다.
국내 건설사들이 교량 시공에서 세계 수준의 독자적 기술력을 갖추게 된 것은 지속적인 기술 연구개발 덕택이다.
GS건설은 주경간 거리가 1,400m급 이상인 초장대 사장교 시공 신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긴 사장교는 주경간 거리가 1,088m인 중국 양쯔강 수통대교다. 세계 건설시장에서 사장교의 시공 한계가 1,000m 안팎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이번 기술 개발은 사장교 시공에 획기적인 장을 열게 된 것이다.
이순신대교 시공을 통해 현수교 공사에 있어 100% 기술 독립을 이룬 대림산업은 추가 연구 개발을 통해 세계 최장 주경간 현수교와 사장교 시공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국내 건설경기 침체 탈출을 위해 해외진출을 서두르고 있지만 아직은 대부분 특정 지역(중동ㆍ동남아)과 플랜트ㆍ건축 등 특정 공정에 치중돼 있는 상황"이라며 "이미 국내 교량 건설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선 만큼, 앞으로는 특수교량 등 고부가가치 토목 사업에서 수주 경쟁력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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