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37)씨는 2010년 말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새 아파트를 장만했다. 매달 이자가 70만원 정도였지만 버틸 만 했다. 그러나 올해 3월 아들(6)이 유치원에 들어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원복 도복 교재 등 각종 초기 비용에 월 원비까지 모두 200만원이 넘어가는 바람에 처음으로 이자를 내지 못한 것이다. 생활비를 줄이고 줄였지만 지난 달에도 연체가 되자 결국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야 했다. 그는 “월급이 늘지 않는 한 빚도 연체도 계속 늘지 않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연체가 점점 불어나고 있다. 특히 가계대출이 심각하다. 주택담보대출 연체비율은 5년6개월 만에, 신용담보대출 연체는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산시장 부진에,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은행권 연체는 우리 경제의 악성 종양마냥 자라고 있다. 금융당국은 아직 우려할 단계가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대출자들의 체감지수와는 거리가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말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1일 이상 원금연체 기준)은 0.89%로 전달보다 0.05%포인트 상승했다. 2007년 2월(0.93%) 이후 5년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신규연체 발생규모는 3월에 이어 4월에도 1조원 가량 달했다.
가계대출 중 신용대출 연체율(1.08%)은 0.07%포인트나 올라 연체율 상승을 주도했다. 올 2월 1%대를 넘어선 뒤 4월엔 2009년 5월(1.17%) 이후 최고치에 도달했다. 주택담보대출(0.79%)은 상승폭(0.03%포인트)은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작년 말부터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2006년 10월(0.9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대출 연체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금감원은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주택가격 하락으로 주택담보대출 중 집단대출 연체율이 올라갔고, 물가상승 등 열악한 경기여건도 가계부담을 가중시켰다”고 설명했다.
기업도 열악하다. 4월말 현재 기업대출 연체율은 1.49%로 전달보다 0.17%포인트 뛰었다. 지난해 11월(1.9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기업대출 연체율(0.76%)은 0.29%포인트, 중소기업대출 연체율(1.73%)은 0.15%포인트 올랐다. 건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선 관련 업종이 자금난에 시달리고 일부 제조업체가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한 탓이다.
그래도 아직까지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 권창우 금감원 건전경영팀장은 “미국은 가계대출 연체율이 7%에 육박하는데다, 30일 이상 연체해야 통계에 잡힌다”며 “하루만 지나도 연체로 잡는 엄격한 기준을 감안하면 우리의 경우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다 유로존 상황 등이 악화하는 겨우 빚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2일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대내적인 위험 요인으로 가계부채 부담을 꼽았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작년부터 가계부채 문제가 대두됐으나 경제상황이 더 나빠지고 유럽 위기까지 겹치면서 오히려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며 “정부가 간간이 서민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재로선 뾰족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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