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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2013체제 출발부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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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2013체제 출발부터 어렵다

입력
2012.05.2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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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25일 새 정권이 출범하면 우리나라는 파라다이스(낙원)가 된다. 여야 정당과 대선 주자들이 내놓는 장밋빛 청사진을 보면 그렇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요즘 "모든 국민이 안거낙업(安居樂業)하는 나라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한다. 안거낙업은 '편안히 살고 즐겁게 일한다'는 뜻이다. 야권 인사들은 '희망 2013, 승리 2012'를 외친다. 2012년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평화복지국가를 건설하는 '2013년 체제'를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야권이 집권하면 서민을 위한 복지를 대폭 확대하고, 남북 긴장도 해소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여야가 4ㆍ11 총선 때 쏟아낸 복지 정책들이 다 실현된다면 차기 정권은 '희망의 시대' '안거낙업의 시대'를 맞을 것이 분명하다. 총선 때 새누리당은 국가 책임 보육, 60세 정년 의무화 및 노인근로장려세제 도입, 필수 의료 및 중증질환 보험 급여 확대 등을 약속했다. 민주통합당은 무상보육ㆍ무상급식ㆍ사실상의 무상의료 실시, 반값 등록금 실현 등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실제로 내년에는 우리 사회가 크게 달라질까.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면 "좋아질 것"이라는 대답은 듣기 어렵다. 여당이 정권을 재창출하든, 야권이 정권교체를 하든 새 정권은 험난하게 출발할 것이라는 게 한결 같은 전망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음에 누가 집권하든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새 대통령이 아무리 뛰어난 리더십과 능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나라 안팎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

우선 의회 구조가 달라졌다. 2013 정치체제의 절반이랄 수 있는 국회 부분은 이미 4ㆍ11 총선으로 확정됐다. 새 국회에서 과반 의석을 가진 정당은 없다. 따라서 새 집권 세력은 새로운 정책과 법안을 추진하기 위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수 없다. 권위주의 시대와 달리 국회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에서 전체 300석 중 152석을 얻어 간신히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하지만 총선 이후 김형태 문대성 당선자가 각각 성추행 의혹과 논문 표절 등으로 탈당했다. 앞으로 국회의장까지 당적을 버리면 새누리당 의석은 149석으로 줄어든다. 민주당 의석은 127석에 불과하다. 통합진보당(13석)까지 합쳐도 야권연대 세력은 140석을 넘지 못한다. 누가 집권하든 과반 의석을 가진 여당을 만들기 어렵다. 과거처럼 정계개편이나 '의원 빼가기'를 추진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제도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국회 몸싸움 방지법'이 통과돼 재적 의원의 5분의 3 이상 의석(180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법안을 제대로 처리할 수 없다. 사실상 여야 합의가 없으면 어떤 법안도 통과시킬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결국 새 국회는 갈림길에 놓였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 를 여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고, 아무 것도 추진하지 못하는 절름발이 의회를 낳을 수도 있다.

세계 경제 전망도 밝지 않다. 한 경제 전문가는 "유럽 재정 위기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고, 이란의 핵 개발을 둘러싼 갈등 등으로 고유가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면서 내년에도 세계 경제 환경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성장ㆍ저고용 현상과 양극화 위기 등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시밭길이 가로막고 있는데도 대선 주자들은 국민들의 기대 심리만 부풀리고 있다. 헤프게 공약해서 집권한 대통령은 임기 초반부터 고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국민의 눈길을 끌 수 있다. 먼저 새 정부가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이 많지 않다는 점을 솔직히 고백해야 한다. 그 다음에 실천 가능한 공약을 제시하고 예산확보 등 실현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기 보다 진솔하게 소통해야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김광덕 정치부장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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