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핵심 측근들 중엔 유난히 호남 출신 인사들이 많다. 당내에 '친박계 호남 실세 라인'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새누리당=영남당'이라는 통념에서 벗어난 박 전 위원장의 독특한 인사 스타일이 반영된 결과다.
새누리당의 진영, 이정현, 이성헌 의원은 박 전 위원장을 오랫동안 지켜 온 호남 3인방으로 불린다. 8년 가까이 박 전 위원장의 대변인 역할을 해 온 이정현 의원의 고향은 전남 곡성이다. 이 의원은 기자들에게 정치 현안 관련 코멘트를 할 때 '겁나게''해부러' 같은 전라도 사투리를 자주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성헌 의원은 2007년 당내 대선후보 경선 이후 줄곧 박 전 위원장의 조직을 관리해 왔고, 지금은 회원이 30만명 규모의 외곽 조직인 국민희망포럼을 이끌고 있다. 그는 전남 영광 출신이다. 탈박(脫朴) 선언을 했다가 이번 4ㆍ11 총선을 거치며 친박계로 돌아온 진영 정책위의장은 전북 고창 출신이다. 이성헌, 진영 의원은 박 전 위원장의 한나라당 대표 시절 대표비서실장을 맡았었다. 박 전 위원장이 임명했던 비서실장 네 명 중 두 명이 공교롭게도 호남 출신인 셈이다.
박 전 위원장의 핵심 정책 브레인 두 사람도 호남 출신이다. 박 전 위원장의 경제 민주화 멘토인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은 전북 고창 출신이고, 박 전 위원장의 싱크탱크 격인 국가미래연구원을 이끄는 김광두 전 서강대 교수는 광주 태생이다. 4∙11 총선 정국에서 박 전 위원장의 입 역할을 한 이상일 전 대변인은 전남 함평 출신이다. 또 수년 동안 박 전 위원장의 메시지를 담당해 온 숨은 실세인 조인근 전 여의도연구소 기획조정실장은 전남 영암에서 태어났다.
이정현 의원은 22일 "박 전 위원장이 일부러 호남 사람들을 골라 쓰는 게 아니라, 역할과 능력에 따라 인사를 하다 보니 우연히 생긴 현상"이라며 "박 전 위원장은 '그 사람은 어느 지역 출신이고 어느 학교를 나왔느냐'고 물은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한 측근이 얼마 전 "친박계 중에 호남 사람이 많은 것을 아시냐"고 물으니 박 전 위원장은 "정말 그러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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