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상태의 금융감독원 대구지원 고위간부가 이 지역 저축은행에서 거액을 대출받은 후 잠적해 물의를 빚고 있다. 농구 국가대표 출신인 이 간부는 지난해 퇴출된 부산저축은행에서도 억대 대출을 받아 중징계 당한 전력이 있다.
22일 금감원 등에 따르면 오모(51)씨는 대구지원 부지원장으로 있던 올 2월 대구지역의 한 저축은행에서 "해외에 있는 아이들에게 급히 써야 하니 잠깐 쓰고 돌려주겠다"며 2억원을 빌린 뒤 현재까지 이자도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불거지자 3월 사표를 내고 현재 출국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오씨가 사회봉사 활동 명목으로 동남아 지역에 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연락도 된다"고 밝혔다.
오씨는 지난해 2월 대구지원으로 오기 전 부산지원에서 근무하면서 부산저축은행 등에서도 억대 대출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직권남용 금지, 과다차입 금지 규정에 따라 올 2월 무기한 정직이 결정돼 대기발령 상태였다. 무기한 정직은 6개월 내 복직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퇴직해야 하는 사실상의 해임 조치다. 오씨는 저축은행 대출로 징계를 당한 상태에서 다시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린 셈이다.
왕년에 '3점 슈터'로 이름을 날리다 1990년 은퇴한 뒤 금융인으로 변신한 오씨는 2004년부터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캐나다에 있는 부인과 아들 생활비를 송금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연체가 늘면서 다른 저축은행에서 다시 빚을 내 갚은 식의 돌려 막기로 버티다 당국에 적발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 군데가 아니고 여러 곳에서 신용대출 및 대환대출을 받았고 연체도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불법대출은 아니었고 상환의사도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감독당국 간부로서 적절치 못한 행위라는 판단에 따라 자체 감사에서 중징계를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감원이 오씨에 대해 면직(파면에 해당)이 아닌 무기한 정직 처분을 내려 퇴직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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