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여성커리어 브랜드 '이뎀'이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빅3 백화점에서 모두 철수했다. 이뎀은 지난 해 5월 예울디자인이 인수해 30여개 백화점 매장을 운영하며 17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정확히 1년 만에 간판을 내린 것. 예울디자인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제품을 제때 수급하지 못한 게 결정적이었다.
2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국내 토종 패션브랜드들이 경기 불황과 소비자의 외면 속에 위기를 맞고 있다. 각 백화점 매장에서 퇴출되거나, 사업을 중단ㆍ축소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는 것. 이뎀에 이어 여성복브랜드 미샤의 '아임'도 30대 여성 소비자를 겨냥해 백화점 매장을 운영해 왔으나 조만간 문을 닫는다. 미샤는 '잇미샤' '칼리아''S쏠레지아' 등 8개의 여성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데, 경영이 나빠지면서 아임을 잇미샤에 흡수해 축소 운영키로 했다. 의류브랜드 'BNX'와 '탱커스'를 운영하는 패션기업 아비스타의 상황도 마찬가지. 아비스타의 브랜드'에린브리니에'도 이달 말까지만 매장을 운영한 뒤 백화점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통상 브랜드가 철수하더라도 2월이나 7월, 즉 봄과 가을 시즌 직전에 매장을 빼는 게 원칙처럼 돼 있지만 요즘 패션업계 사정이 워낙 나쁘다 보니 그 기간이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패션업체들이 맥을 못 추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소비자들의 외면을 들 수 있다. 자라, H&M, 망고 등 이른바 저렴하고 유행에 민감한 해외 SPA(제조·판매 일괄화 의류) 브랜드들에게 밀려 국내 소비자들을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SPA브랜드가 10대에서 50대까지 여성 소비자들을 모두 아우를 뿐 아니라 가격, 디자인 등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이에 비해 국내 브랜드들은 어정쩡한 타깃 마케팅에다, 특색 없는 제품 이미지까지 더해져 치열한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기 불황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데다, 시기별로 계절답지 않은 날씨 탓에 재고마저 쌓이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패션업계는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백화점 업계와 손잡고 자구책 마련을 시도했다. 보통 '노세일' 기간인 5월에 대대적인 할인대전을 열어 소비자를 끌어들이기로 한 것.
이에 따라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25일부터 3일간 '영 캐주얼 패션 특집전'을 열고 스테파넬, 톰보이, 르샵, 위드베이스 등 의류브랜드 초특가 세일을 시작한다. 스커트 1만원대, 블라우스 2만원대, 재킷과 원피스는 3만원대. 롯데백화점 본점도 25일부터 4일간 '원피스 100대 브랜드 대전'을 연다. 20억원 규모의 100여개의 브랜드가 참여한다. 가격은 2만~4만원대 초특가 상품이 40%를 차지한다.
백화점 관계자는 "3, 4월에는 한겨울처럼 추워서 못 팔고, 4월말~5월 현재까지는 한여름처럼 더워서 못 판 봄 신상품 재고 물량이 많다"며 "업계와 백화점이 이번 특집전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한발 다가서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강은영기자 kis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