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춧돌만 남아 있던 남한산성 행궁을 복원하는 10년 공사가 마무리됐다. 끝으로 복원한 하궐의 단청 공사까지 마침에 따라 24일 성대하게 낙성연을 열고, 누구나 들어가서 구경할 수 있게 이날부터 행궁을 전면 개방한다.
행궁은 조선시대 임금이 도성 밖으로 행차했을 때 머물던 곳이다. 조선의 행궁은 모두 23곳이 있었는데, 남한산성 행궁은 그중 유일하게 역대 왕들의 신주를 모신 종묘와 왕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사직을 갖춘 곳이다. 종묘와 사직은 곧 나라를 뜻하니, 왕이 이 곳에 오는 것은 나라 전체가 옮겨오는 것과 같다. 남한산성 행궁을 지은 인조는 병자호란 때 여기서 47일간 버티다가 항복하는 치욕을 겪었다. 왕의 처소이자 집무실로서 300년 넘게 내려오던 남한산성 행궁은 1895년 명성황후 시해사건 이후 의병들의 거점이 되자 일제가 철저히 파괴해 폐허가 됐다.
경기도가 남한산성 행궁 복원에 나선 것은 10여년 전. 주변에 어지럽게 들어서 있던 음식점과 호텔 등을 철거하고 1999년과 2000년 발굴 조사를 거쳐 공사를 시작했다. 2002년 상궐에 이어 2004년 종묘인 좌전, 2010년 하궐을 복원하고 지난해 단청을 했다. 총 215억원을 들여 여러 전각과 정자 등 건물 252.5칸을 복원했다.
행궁은 남한산성 내 북동쪽 가장 높은 언덕, 아늑한 숲에 둘러싸여 있다. 행궁의 정문은 한남루다. 이 누각을 받치는 정면 돌기둥 8개 가운데 옛것은 앞쪽 중앙의 2개뿐이다. 정조가 한남루를 세웠을 때 있던 돌기둥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다 사라지고, 겨우 2개만 인근 초등학교와 면사무소 정문에 있던 것을 찾아내 가져다 썼다. 자세히 보면 옆의 돌기둥과 색깔과 상태가 다르다.
한남루를 지나 안쪽 문으로 들어서면 하궐이다. 하궐의 중심은 왕이 정무를 보던 외행전. 외행전 오른쪽 건물은 조선시대 남한산성을 관할하던 광주유수부의 관아인 일장각이다.
외행전 뒤 계단으로 올라가 문을 지나면 왕의 침전인 내행전이 있는 상궐이다. 내행전 부속 건물인 좌우 행각 중 오른쪽 행각 바깥에 광주유수의 집무실인 좌승당이 있다.
남한산성 행궁의 종묘인 좌전은 내행전 뒤에 숨어 있는 후원 담장 너머 오른쪽에 따로 담장을 두르고 서 있다. 서울의 종묘처럼 정전과 영녕전을 갖췄는데 규모는 훨씬 작다.
경기도는 남한산성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려고 추진해왔다. 이를 위해 산성을 정비하고 행궁을 복원했다. 세계유산에 등재되려면 먼저 잠정목록에 올라야 한다. 문화재청에 잠정목록 등재 신청서를 낸 13곳 가운데 남한산성이 우선등재 추진지로 선정돼 내년이면 유네스코에 공식 신청서를 낸다. 등재 여부는 201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최종 결정한다.
한편 서울시도 남산-낙산-백악산-인왕산을 잇는 한양도성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올리려고 추진 중이다. 남한산성과 한양도성은 산성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비슷하기 때문에 두 건이 별개로 나란히 등재될 가능성은 적다. 때문에 서울시와 경기도가 신경전을 하고 있다.
남한산성 행궁 낙성연은 24일 오후 2시 행궁 앞 마당에서 열린다. <수원화성성역의궤> 에 실린 낙성연 그림대로 자리를 배치하고 무고ㆍ선유락ㆍ사자탈놀이 등 거기에 나오는 음악과 춤으로 잔치를 벌인다. 낙성을 축하해 28일까지는 행궁을 무료 개방하고, 매일 전통음악 공연, 줄타기, 무예시범 등을 펼친다. 그 뒤로는 입장료 1,000원을 받는다. 수원화성성역의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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