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민원인이 경찰 지구대로 찾아와 도움을 호소했다. "제가 실수로 돈 500만원을 남의 통장에 입금했는데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어지는 경찰들의 답변. "저도 잘 모르겠는데 인터넷으로 한번 검색해볼게요", "민사소송을 제기하셔야겠는데요", "경찰서가 아니라 은행으로 가셔야 합니다."
22일 오전 서울 수서경찰서 5층 강당에서 열린 '고객만족 워크숍'에서 이런 내용의 동영상이 나오자 참석한 경찰관 300여명이 술렁였다. 이 영상은 컨설팅을 맡은 직원이 민원인으로 가장해 수서서 내 지구대와 파출소를 돌면서 경찰의 응대 태도를 찍은 '미스터리 쇼핑' 화면. 민원인을 대수롭지 않게 대하거나 귀찮은 듯한 인상마저 풍기는 모습에 경찰관들은 "제3자의 눈으로 응대 태도를 본 건 처음"이라며 민망해했다.
경찰도 '고객만족'을 위해 컨설팅을 받는 시대가 됐다. 경찰청은 지난해부터 미래발전과에 고객만족(Customer Satisfaction) 컨설팅팀을 신설해 전국 각 경찰관서를 돌며 상담 하고 있다. 팀원 12명은 베테랑 수사관, 심리전문가, 통계전문가 등 각 분야의 경찰 출신으로 구성됐고 모두 CS컨설턴트 자격을 갖고 있다.
수서서는 서울경찰청 소속 31개 경찰서를 상대로 한 조사에서 내ㆍ외부 만족도는 낮은 반면 개선하려는 직원들의 자발적인 의지가 높아 컨설팅 대상으로 선정됐다.
컨설팅은 미스터리 쇼핑 등 사전 조사, 현장 컨설팅, 사후 변화ㆍ관리 모니터링 등 세 단계로 이뤄진다. 불만 민원인으로 구성된 포커스 그룹 조사를 통한 문제점 파악해 개선안을 찾고 경찰직원들을 상담해 불필요한 업무 절차를 줄이는 방안도 모색한다. 이미 2010년 경기 일산서를 시범사업으로 인천 부평서, 대전 중부서, 대구 서부서 등이 컨설팅을 받았다. 일산서는 1년 뒤 사후 변화관리 모니터링 조사에서 괄목할만한 개선을 보였다. CS컨설팅팀의 한승일 경감은 " '고객만족'개념을 사기업 만의 영역으로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거울을 들고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게 해 더 나은 치안 서비스를 하도록 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앞선 미스터리 쇼핑 민원에는 어떻게 응대하는 게 가장 적절했을까. 한 경감은 "민원인의 답답함에 '그러시냐'며 은행에 연락해 잘못 입금된 계좌 주인의 연락처를 묻는 등 민원해결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며 "일반 민원도 범죄사건만큼 중요하게 취급해야 고객만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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