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파열 언덕(Heart Break Hill). 보스턴마라톤 32㎞지점에 위치한 가파른 오르막을 가리킨다. 말 그대로 이 오르막을 넘기 위해선 심장이 터질듯한 고통을 참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4일(한국시간) 보스턴마라톤이 아닌 축구장에서 심장파열 경기가 펼쳐져 전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맨체스터 시티가 2011~12 프리미어리그 최종전에서 퀸스파크 레인저스를 맞아 후반 추가시간에 2골을 터뜨려 기적 같은 3-2 역전승으로 44년만의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이다. AP통신은 다음날 역대 메이저 스포츠이벤트에서 맨시티의 경우처럼 거짓말 같은 역전 드라마를 연출한 11경기를 선정했다.
맨유-바이에른 뮌헨, 98~99년 UEFA 챔스리그 결승전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누에서 열린 이 경기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90분이 끝날때까지 뮌헨에 0-1로 뒤져 있었다. 남은 시간은 인저리타임 5분. 맨유가 1분만에 동점골을, 3분만에 역전골을 넣어 우승했다. 인저리타임의 역전승으로 맨유는 세계 축구사에 길이 남을 '캄프 누의 기적'을 남겼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맨유에서 장기집권의 토대를 구축한 경기이기도 했다.
뉴욕 메츠-보스턴 레드삭스, 1986년 월드시리즈 6차전
메츠는 10회말 투아웃까지 3-5로 패색이 짙었다. 시리즈전적 3승2패로 앞서고 있던 보스턴이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끼기까진 아웃카운트 1개만 남은 상태. 더구나 다음타자 게리 카터는 투 스트라이크까지 몰렸다. 하지만 카터의 안타를 신호탄으로 연속안타가 터졌다. 때마침 보스턴의 투수 밥 스탠리의 폭투로 5-5 동점. 설상가상 보스턴의 1루수 빌 버크너가 상대 타자의 평범한 땅볼을 '알까기'로 놓치면서 경기는 5-6로 뒤집어졌다. 버크너의 알까기 악몽 속에 보스턴은 7차전에서도 3-0 우위를 지키지 못하고 5-8로 역전패했다.
잭 니클라우스-그렉 노먼, 1986년 마스터스 대회
니클라우스는 노먼에 4타 뒤진 채 최종 라운드에 들어갔다. 노먼의 우승이 유력한 상황. 하지만 니클라우스는 9홀부터 맹추격전에 나서 65타로 경기를 마무리, 70타에 그친 노먼에 1타차 역전극을 펼쳤다. 그의 6번째 마스터스 우승이자, 46세2개월로 최고령 그린재킷의 주인공으로 서는 순간이었다. 이는 역대 메이저대회 최고령 우승 기록으로 남아있다.
아놀드 파머, 1960년 US오픈 7타차 뒤집기
대회 3라운드까지 파머와 선두를 달리던 마이크 소첵의 격차는 7타. 그러나 파머는 4라운드에서 65타를 쳐, 합계 4언더 280타로 2위를 2타차로 제치고 역전승을 거뒀다. 최종라운드 7타차 역전기록은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보스턴 셀틱스-LA 레이커스, 2008년 NBA챔프 4차전
보스턴은 3쿼터 6분4초를 남겨두고 21점이나 뒤져 있었다. 이후 수비가 안정되면서 3쿼터를 31-15로 따낸 뒤 2점차로 점수차를 좁혔다. 보스턴은 종료 10분전에 드디어 동점을 만든 데 이어 마지막 5분동안 상대를 3점에서 묶어 둔 채 21점을 쓸어 담아 97-91 승리를 따냈다.
라세 비렌, 1만m 꼴찌에서 세계신기록까지
1972년 9월3일 뮌헨올림픽 육상 1만m에 출전한 비렌은 한 바퀴를 돈 후 타 주자의 팔뒤꿈치에 걸려 트랙에 넘어져 꼴찌로 추락했다. 비렌은 총 25바퀴를 달려야 하는 경기에서 12바퀴까지 후미그룹에 속해 있었다. 이후 폭풍 같은 추격전으로 결승선 150m를 남겨두고 선두를 따라잡은 뒤 세계신기록과 금메달을 동시에 손에 넣었다. 10일 후 그는 5,000m에서도 금메달을 따냈고 4년 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도 1만m와 5,000m 금메달을 안았다. 1만m와 5,000m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한 이는 비렌과 에밀 자토펙,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 케네니사 베켈레 등 4명에 불과하다.
이밖에 1993년 1월3일 미프로풋볼(NFL) 아메리칸 콘퍼런스 와일드카드를 놓고 벌인 버팔로 빌스와 휴스턴 오일러스의 경기도 꼽혔다. 버팔로가 1쿼터 3-7, 2쿼터 0-21 등 3쿼터 초반까지 3-35로 뒤졌으나 41-38로 드라마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세인트루이스와 텍사스의 경기에서 세인트루이스가 9회말 투아웃까지 5-7로 뒤지다가 극적으로 동점을 만든 뒤 연장11회 끝내기 홈런으로 경기를 뒤집은 것과, 중국계 미국인 마이클 창이 1989년 17세의 나이로 프랑스오픈 4회전에서 랭킹1위 이반 렌들을 맞아 두 세트를 먼저 빼앗겼지만 내리 3세트를 따낸 3-2(4-6 4-6 6-3 6-3 6-3) 역전드라마도 이름을 올렸다. 또 2001년 미대학스포츠협회 여자농구 준결승에서 노틀담대학이 코네티켓대를 맞아 90-75의 역전승을 거둔 것과 1968년 하버드대와 예일대의 풋볼 정기전에서 하버드가 13-29로 지고 있다가 29-29 무승부로 경기를 마친 것도 꼽혔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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